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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다 EP.10] 천박사 퇴마 연구소 - 유치해도 너무 유치하다.

리형섭 2024. 2. 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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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lrhkTzzCP9A


출처 : CGV

안녕하세요. 리형섭입니다.

 

오늘 영화수다에서는 작년 추석에 개봉한 영화 중 하나인 천박사 퇴마 연구소 : 설경의 비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벌써부터 한숨이 나오는데요.

 

사실 천박사 역시 CJ에서 나온 영화인데요. 언제부턴가 CJ 영화는 전혀 기대가 되지 않습니다. 애초에 천박사 역시 기대를 하지도 않았지만, 보고 나서도 '그래 재미없을 줄 알았다'란 반응이 당연하게 나왔습니다.

 

전 정말 재미없게 봤어요. 재미도 없고 웃기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고... 가장 큰 문제는 엄청 유치해요. 이게 설마 추석 가족 영화를 겨냥해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도록 일부러 유치하게 만들었다면?! 그게 더 문제야. 관객 수준을 뭘로 보는 거야...

 

저는 쿠폰 써서 싸게 봤으니까 그나마 참고 봤지, 이거 1.5 제값 주고 봤으면 피눈물 날 뻔했습니다. 그야말로 시간 날리고 돈 날리고.

 

출처 : CGV

천박사가 많은 문제를 갖고 있지만 그중 하나는 주연 배우 강동원에게 엄청 의지합니다. 마치 '잘생긴 강동원을 내세웠으니까 관객들이 알아서 찾아오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영화를 만든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동원 얼굴을 아주 많이 클로즈업합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작년 추석 영화로는 천박사가 그나마 관객들의 선택을 받아 최종 관객 수 191만 명이 넘었는데요. 작년 추석을 떠올리면 천박사, 보스톤1947, 거미집 중에서 천박사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으나, 추석이 끝나자마자 관객 수가 쭉 빠지는 걸 보니까 영화가 너무 유치해서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이 영화를 그렇게 보고 싶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영화 이야기를 해보면 이게 웹툰 원작인데요. 제가 웹툰을 본 적이 없어서 웹툰도 이렇게 유치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퇴마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저는 내심 기대했습니다. 코믹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지는 퇴마 영화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했구요.

 

근데 막상 천박사를 까보니 무속신앙 없지, 오컬트 없지, 빙의 없지, 퇴마 없지, 웃기지도 않지, 그저 유치함만 가득한 영화입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볼만한 건 강동원 얼굴밖에 없어요.

 

이제부터 말씀드리는 내용은 영화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근데 스포랄 것도 없어요. 영화가 내용이 워낙 없어서...

 

출처 : CGV

천박사에는 '설경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붙었는데, 설경이라는 소재가 생소합니다. 설경은 귀신을 가두는 부적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영화를 보기 전에 천박사가 설경 부적을 이용해서 여러 귀신들을 상대하고 마지막에 최종 빌런을 만나는 패턴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 근데 영화의 주된 내용은 설경의 이야기를 파헤치는 겁니다.

 

그리고 천박사가 사실 무당도 아니고 퇴마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사기꾼같이 나오는 캐릭터인데요. 사실 이 영화에서 퇴마하는 장면은 맨 처음에만 나옵니다. 근데 오히려 맨 처음 퇴마하는 부분이 영화를 통 들어서 제일 재밌어요.

 

출처 : CGV

퇴마를 하기 위해 어느 집에 방문하고 강동원과 이동휘의 티카타카, 그들이 퇴마를 빙자한 사기 행각을 아주 코믹스럽게 잘 보여줘요. 천박사가 능청스러운 사기꾼처럼 나오는 건 재밌어요. 이게 또 강동원이 이미 전우치에서 보여줬던 능청스러운 연기가 마치 한 단계 더 발전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극중 천박사는 어느 장소에 가고 어느 사람을 만났을 때 순간적으로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는 캐릭터인데요. 마치 셜록 홈즈를 연상케 하는 설정이 천박사와 꽤나 잘 어울립니다. 이때 강동원의 능청미는 또다시 빛을 발하기도 하구요.

 

출처 : CGV

강동원과 이동휘의 과장된 코믹 연기, 퇴마의식을 빙자한 사기 행각, 흥미롭고 재밌어요. 다만 이러한 설정을 끝까지 가져가는 게 아니고, 달랑 초반에만 나오고 끝입니다. 개인적으로 그게 너무 아쉬워요.

 

코믹한 분위기를 가져가면서 진지함을 살짝살짝 묻히면 좋지 않았을까? 영화 초중반까지 관객을 즐겁게 한 코믹한 분위기는 갑자기 끝이 나고, 중후반부터 진지한 분위기로 싹 바뀌는데 거기서부터 영화가 이도 저도 아닌 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가볍고 코믹한 캐릭터일 줄 알았던 천박사가 아픈 과거 때문에 진지해지고 각성하는 명분은 충분히 있어요. 근데 문제는 영화가 그때부터 재미없습니다.

 

출처 : CGV

초반에는 강동원과 이동휘가 주고받는 대화가 코믹하게 연출되었다면 중후반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는 이동휘 혼자 계속 웃긴 대사를 내뱉어요. 문제는 그 웃긴 대사가 하나도 안 웃겨요. 실없는 소리만 계속 해대니 가뜩이나 재미없는 영화 보느라 짜증 나 죽겠는데 더 짜증 나네...

 

출처 : CGV

또 자동차를 타고 터널을 지나는 신이 있는데요. 터널 나오면서 분위기가 갑자기 음산하게 변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연출 좋단 말이야. 퇴마에 걸맞은 무서운 분위기가 연출될 거 같아. 드디어 퇴마에 걸맞은 내용이 나오는 걸까!

 

문제는 귀신이 나올 거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이동휘는 계속해서 웃기지도 않은데 웃기려고 한단 말이에요. 그만 좀 해!!!! 하나도 안 웃기다고!!!

 

무섭게 갈 거면 정말 무섭게 가던가, 웃길 거면 정말 웃겨야 되는데 이도 저도 아닌 게 되어버려서 김이 확 빠졌습니다.

 

그리고 인물 간의 대화는 많은데 웃긴 건 당연히 없고 지루합니다. 당주, 설경, 천박사의 어린 시절 이야기 등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긴 하나, 딱히 인상적이지도 않고 지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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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GV

영화에서 빙의된 귀신이 나오긴 해요. 그걸 통해서 분위기도 급반전되고 빌런인 허준호가 등장하는데요. 분장을 무슨 아바타처럼 파랗게 해놔서 귀신이나 악마라기보다도 아동용 드라마에 나오는 악당처럼 보였습니다.

 

문제는 빌런이 등장한 뒤로 사기꾼 같은 천박사가 갑자기 귀신하고 한번 싸우더니 무슨 무사가 되어버렸어요. 평소 장난감처럼 갖고 다니는 칼로 귀신을 막 썰어버려요.

 

귀신들하고 펼치는 액션이 화려해긴 한데 반해 액션은 긴박감이 하나도 없습니다. 강동원이 강한 건지 귀신이 약한 건지 모를 정도로 뻔한 액션입니다.

 

또 빌런인 허준호가 뭔가 있을 거 같이 나오는데요. 마치 강한 힘을 숨기고 있는 빌런같이 보인단 말이죠. 근데 분장만 강렬할 뿐 전혀 빌런 같지가 않아요.

 

빌런이 얼마나 나쁜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부하들은 허준호한테 쩔쩔매는데요. 문제는 얘가 도대체 얼마나 강하고 무서운지 관객은 모르잖아요. 빌런에 대한 서사가 너무 약하거나 혹은 거의 없어서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적들의 스케일도 너무 작아요. 부하들은 얼마 있지도 않고, 강동원하고 허준호가 마지막에 결투를 펼치는데 그 얼마 있지도 않은 부하들은 어디 갔는지 자기 보스가 당하고만 있는데 도와주지도 않아요.

 

출처 : CGV

특히 마지막 강동원과 허준호의 액션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각성한 강동원이 장난감 같은 칼로 적들을 썰고 다니긴 하나, 보스는 보스인지 허준호한테 상대가 되질 않는데요.

 

이때 강동원이 넘어지면서 갖고 있던 칼이 튕겨서 땅에 떨어져요. 근데 하필이면 칼이 넘어진 강동원 옆에 떨어지고, 그 떨어진 칼이 땅에 박혀 있는 칼과 합쳐지면서 아주 막강하고 전설의 무기가 되는 패턴. 또 그걸 손에 넣은 강동원이 무적이 되는 패턴. 너무 유치하지 않습니까?!

 

마지막에 허준호를 봉인하는 장면, CG는 공을 엄청 들인 게 보여요. 근데 마치 양산형 모바일 게임의 화려한 가챠 화면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출처 : CGV

이 영화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특별출연한 박정민 부분인데요. 박정민이 무당으로 나왔는데 연기 정말 잘하고 잘 살립니다. 영화를 통 들어 그 부분만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선녀가 등장하는데 말은 안 하고 진짜 화려하고 이쁘게 등장해요.

 

출처 : CGV

근데 이게 영화랑 어울리나 싶습니다. 그냥 블랙핑크 지수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 아닐까? 아님 지수에 기대어 해외 팬들을 끌어들이고 싶었나?

 

대사도 한마디 없어요. 병맛이나 싼마이하게 갈 거면 정말 그렇게 가야 되는데 진짜 화려하게 이쁜 얼굴만 비추고 끝이에요. 굳이 필요했을까란 물음표만 생깁니다.

 

출처 : CGV

마지막으로 이게 웹툰 원작이고 웹툰은 이미 인기작이자 완결도 났고, 영화는 거기서 일부 내용을 영화화한 건데요. 속편을 염두에 두고 만든 건지 세계관 구축에 힘을 쓰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설정에 대한 설명이 너무 많았는데 이게 영화를 지루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처음 코믹한 분위기를 쭉 가져가다가 마지막에 조금 진지했으면 그나마 좋았을 텐데 코믹한 분위기를 너무 빨리 끝낸 게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제목에 퇴마를 넣었으니까 공포 영화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오싹한 분위기를 기대한 사람도 있었을 텐데 그러한 부분을 연출했으면 유치함이 좀 덜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추석 가족 영화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서 그런지 무서운 게 아예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출처 : CGV

근데 아무리 추석을 겨냥한 가족 영화를 만든다 한들, 이렇게 유치하게 만들면 요즘 애들도 재미없어할 거 같아요. 차라리 유튜브를 보고 말지, 왜 귀찮게 영화관까지 가서 이걸 보겠어요? 오히려 가족영화로서도 완전히 부적격이 아닐까? 강동원의 티켓 파워를 너무 믿은 거 아닌가란 생각을 해봅니다.

 

유치한 걸 좋아하신다면 재밌게 보실 수 있겠지만, 그 유치함의 정도가 너무 유치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오히려 기대 없이 보면 나을 지도 모르겠네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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