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수다 Ep.8] 잠 - 사람이 귀신보다 더 무섭다.

리형섭 2023. 9. 1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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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iTpTrrdJ7AQ


안녕하세요. 리형섭입니다. 오늘 영화수다에서는 바로 얼마 전에 개봉한 이선균, 정유미 주연의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 영화, 잠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실 저는 공포, 무서운 영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 영화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영화관에서 흐르는 예고편을 보니 기대감이 더욱더 증폭되기도 했구요.

 

근데 개봉하자마자 인터넷, 유튜브에서 잠이 재밌다고 막 난리가 난 거예요. 아니 근데 아무리 재밌는 영화가 나왔다 한들 이렇게까지 재밌다 재밌다 난리 칠 정도인가? 바이럴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그래서 오히려 보기도 전에 반감부터 들었거덩요.

 

근데 제가 영화 보고 왔는데 재밌습니다. 다만 제가 좋아하는 공포, 오컬트 장르의 영화,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곡성, 검은 사제들, 사바하 이런 걸 생각하고 잠을 보셨다면 실망하실 수 있어요. 그런 영화와는 완전히 결이 다릅니다.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잠은 흔히 귀신, 악마로 대표되는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심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감독이 정말 대단한 게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이 뭘 믿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도록 그 이야기를 매끄럽게 잘 맞춰놨어요.

 

인물의 설정, 내뱉는 대사 행동들 하나하나가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 맞물려 있습니다. 마지막에 가면 아까 봤던 모든 것들이 다 연관이 있어요. 근데 그것조차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었냐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어요.

 

제가 이 영화를 혼자 봤는데 보고 나오면서 이거는 친구들하고 같이 영화 보고 카페 가서 이야기하는 것만 해도 너무 재밌을 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잠 손익분기점이 70만 명인데요. 그러니까 예산이 그렇게 많이 들어간 게 아니라서 영화의 주 무대로 등장하는 곳이 사실상 집 안일 정도로 대단히 한정적이고 협소합니다.

 

일반적인 공포 영화에서 집이 좁거나 한정적인 장소로 나오게 되면, 예컨대 방문을 여는 장면이 있으면 문을 열면 귀신이 갑자기 훅 튀어나오지 않을까 보면서 조마조마하잖아요. 영화 잠은 흔히 점프 스케어라고 하는 깜짝 놀래키는 장면은 없습니다. 그리고 귀신조차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각적인 공포보다도 사운드, 음향으로 공포 효과를 줬는데요. 그렇다고 대단한 소리가 아니라 문 두드리는 노크 소리, 문 열리는 소리, 문 쾅쾅쾅 하는 소리, 종 소리, 아기 울음소리 등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리가 공포스럽게 들릴 수 있게 연출했습니다.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또 이선균과 정유미의 탄탄한 연기력에서 공포가 묻어 나와요. 저는 그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스포 없이 내용 말씀드리면 이게 이선균, 정유미가 부부고, 정유미는 출산을 앞둔 임신부입니다. 극 중에서 이선균의 직업은 단역배우, 정유미는 일반 회사원인데요.

 

어느 날부터 이선균이 몽유병을 앓게 됩니다. 근데 그 증세가 너무 심해서 단순히 새벽에 깨는 게 아니라 냉장고에서 음식 막 먹고, 무섭게 돌변해요. 근데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해도 호전이 되지 않는 이선균을 보면서 아내인 정유미의 태도 역시 점점 변하기 시작합니다.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근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오는 정유미의 감정 변화, 표정 연기. 사실상 영화 잠의 주인공은 정유미일 정도로 그녀의 연기가 발군이었습니다.

 

잠은 1장 2장 3장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요. 굳이 이렇게 1장 2장 3장 나눌 필요가 있을까 할 수 있지만, 1장은 이선균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고, 2장은 정유미, 그리고 3장은 그 둘이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무당이 나오는데요. 저는 이 영화에서 무당을 다루는 부분이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예컨대 곡성에서 굿하는 장면, 검은 사제들에서도 굿하는 장면, 영화에서 무당이 굿하는 장면이 나오면 굉장히 강렬해요.

 

근데 무당의 굿은 관객들로 하여금 무조건 귀신이 들렸다고 하는 확신을 준단 말이죠. 근데 잠은 무당이 나오는데 그냥 한번 나오고 끝이에요. 그 흔한 굿하는 장면도 없어요. 물론 무당이 이 영화에서도 아주 중요한 장치로서 작동은 합니다. 그러나 이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감독은 이선균이 귀신이 들린 건지 몽유병인지 그건 관객들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거예요. 영화에서 이선균이 이상한 건지 정유미가 이상한 건지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아요.

 

만약 관객인 내가 현대 의학을 믿는다면 이렇게 보일 것이고, 현대 의학을 믿긴 하지만 무속 신앙도 믿는다면 저렇게 보이는 아주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여기까지 스포 없이 말씀드리면 귀신 나오는 공포 영화를 기대하셨다면 실망할 수 있어요. 근데 우리가 귀신을 보고 무섭다고 느끼는 것과 사람을 보고 섬뜩함을 느끼는 건 다르잖아요. 이 영화는 사람에 대한 섬뜩함을 느낄 수 있어요. 이건 어느 정도 현실성도 뒷받침되는 영화라서 더 재미를 느꼈던 거 같아요.

 

저는 이 영화 여러분께 추천드리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영화 내용을 스포 할 겁니다. 그러니 스포를 원치 않으신다면 여기서 뒤로 가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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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가 처음에 고요함 속에서 이선균의 코 고는 소리로 시작이 되는데, 그 코 고는 소리조차 사운드로서 아주 영리하게 사용했습니다.

 

특히 정유미가 영화 속에서 비명 소리도 내는데 그 비명 소리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딱 절제 미가 느껴지는 비명소리였습니다. 그러니까 감독은 대놓고 관객을 무섭게 놀래키지 않겠다는 거야. 그래서 오히려 심리적으로 더 조마조마한 느낌을 주겠다는 거지!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저는 영화 속에서 부부인 이선균과 정유미 캐릭터에 몰입이 아주 잘 됐거덩요? 먼저 이선균의 직업은 TV 드라마에 단역으로 나오는 배우잖아요. 근데 직업적으로 불안정한 느낌이 있어서 거기에서 나오는 스트레스가 몽유병으로 발현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배우를 그만두고 공인중개사 준비를 해볼까 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이는 어쩌면 몽유병의 치료 방법 중 하나인 스트레스 줄이기의 일환으로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리고 굉장히 가정적이고, 몽유병에 대한 치료 의지가 상당히 강합니다. 수면 클리닉에서 몽유병 진단을 판정받고, 의사가 하지 말라는 행동들, 술 먹지 말고, 담배 피우지 말고, 커피 먹지 말고 그리고 10시 전에 일찍 자고 이미 정해진 스케줄을 취소해가며 이런 것들을 아주 잘 지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직접 인터넷 몽유병에 좋다고 하는 약을 찾아보고 의사에게 처방전을 바꿔달라는 요구까지 할 정도예요.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반면 정유미 같은 경우는 출산을 앞둔 임산부였고, 일반 회사원인데 집에서도 노트북으로 PPT 자료 준비하는 일하는 장면이 나와요.

 

또 가정을 지키려는 의지가 아주 강한 거 같습니다. 일단 친정엄마가 아빠랑 이혼을 한 설정이고, 이선균의 몽유병 증세가 아주 심각해서 친정엄마가 그런 것도 다 이혼 사유라고 하니까 병인데 그럴 수도 있지 치료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넘기고, 밑에 집 여자가 결혼 생활을 조언한답시고 답이 안 보인다 싶으면 때려치우는 것도 좋다는 말에 떨떠름한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출산 이후에 이선균이 본인이 불안하니까 고시원을 얻을 생각도 하고, 집이 아닌 차에서 자려고도 하는데 모두 정유미가 다 반대합니다. 그러니까 정유미는 부부가 어떤 문제를 만나도 같이 있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아주 강하게 갖고 있어요.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다만 정유미의 성격이 아주 예민한 거 같습니다. 그리고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게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맘을 놓지 못하고 미치는 성격인 걸로 보이는데요.

 

그래서 이러한 예민함, 문제 해결에 대한 집착 때문에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됩니다. 그러니까 영화는 이선균의 몽유병에서 시작이 됐지만, 모든 사건의 발단은 정유미 때문에 벌어집니다.

 

사실 제가 정유미 같은 성격이라 더 공감도 가기도 했고, 나 역시 저렇게 극단적으로 될 수 있겠다 싶어서 무서울 정도였어요.

 

저런 성격을 갖고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생기잖아요. 그럼 그게 해결된 걸 직접 내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 잠을 못 자요. 계속 신경 쓰이고 미치는 거야.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정유미 캐릭터의 심리 상태 그에 따른 행동이 변하는 과정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이게 사실 영화의 재미이자 공포인데요.

 

이선균이 몽유병으로 새벽에 깨서 냉장고에서 막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요. 근데 생고기, 날달걀, 생선과 같은 날 것만 먹어요. 그리고 폭력적인 모습도 나와서 정유미를 무섭게 하는데요. 병원에서 진단을 받으니 다 몽유병 증상에 해당되는 거예요.

 

몽유병 치료가 시작되고, 친정엄마가 무당한테 부적을 하나 받아와요. 근데 정유미가 이게 뭐냐고 하면서 그 부적을 꾸겨요. 그러니까 엄마가 이 비싼 걸 왜 꾸기냐면서 난리 치는 거죠. 정유미는 엄마가 이런 거 믿어서 아빠가 돌아오기라도 했냐면서 무속 신앙에 부정적으로 반응하죠.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근데 출산 이후에도 몽유병 증상이 더욱더 심해지고, 의사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된다고 하는데 정유미는 이제 현대의학으로 대표되는 의사를 믿지 않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무속신앙으로 대표되는 무당의 말을 전적으로 믿기 시작해요.

 

중간에 이선균이 침대 밑에서 부적을 찾아서 정유미한테 이게 뭐냐고 물으니까 정유미가 표정이 싹 변해서 신경질적으로 이걸 왜 꾸기냐면서 미친 사람처럼 테이블에 부적을 놓고 손으로 구겨진 부적을 펴는 행동을 해요. 그때 그 광기 어린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초반에는 이선균에게 몽유병을 서로 잘 극복할 수 있다고 했는데 출산 이후에 불안해서인지 이선균에게 약을 먹었냐고 집착하는 모습.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새벽에 몽유병으로 깬 남편을 쳐다보는 정유미의 눈빛이 아주 섬뜩해지고, 평소에 잘 보이지 않고 잘 들리지 않던 게 보이고 들리기 시작해요.

 

극도로 예민해진 걸 시간에 흐름에 따라 관객도 깨달을 수 있을 정도에다가 몽유병 환자보다 새벽에 잠을 더 많이 깨요. 그래서 밤새 한숨도 자지 않고 이선균을 지켜보는 광기 어린 모습까지 나옵니다.

 

또 마지막에는 이선균이 몽유병으로 한 행동이 귀신이 들리면 하는 행동하고 똑같은 거예요. 그러나 이미 병원에서 몽유병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잖아요. 근데 그게 아니라 귀신이 들려서 그렇다고 설명하는 정유미의 행동, 표정, 말투 그게 진짜 공포입니다.

 

그러니까 몽유병 하나를 두고 이선균은 몽유병이라고 주장하고, 정유미는 귀신 들렸다고 주장하는 거죠. 그리고 우리 관객들은 이선균이 몽유병일까 귀신 들린 걸까? 아니면 몽유병인데 정유미가 정신병이 걸린 걸까? 그게 아니면 이선균이 진짜 귀신 들린 거고, 정유미가 정상인 걸까?

 

이 영화에서 뭐가 맞고 틀리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애초에 정답이 없는 겁니다. 그냥 내가 생각하는 대로 따라가면 돼요. 그래서 감독이 대단해요.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아까도 제가 영화 짜임새가 아주 튼튼하다고 말씀드렸는데, 감독이 답을 정해 놓지 않고 관객에게 상상할 수 있게끔 만드는 부분이 많습니다.

 

영화 초반에 이선균이 침대 맡에 앉아서 ‘누가 들어왔어’라는 말을 해요. 근데 이선균은 그게 단역배우로서 대사 ‘누가 들어왔어요’ 부분을 잠꼬대로 말한 거라며 각본을 보여주면서 설명하고, 정유미는 믿지 못하며 대사는 ‘누가 들어왔어요’인데 너는 ‘누가 들어왔어’라고 했다. 즉 그건 귀신이 말한 거다. 이렇게 말하거덩요? 근데 둘 다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거예요. 누가 틀린 말을 하는 건 아니야.

 

또 아랫집 할아버지 이야기가 있는데, 이 할아버지가 평소에 부부한테 강아지 소리 시끄럽다고 잔소리를 많이 했어요. 근데 공교롭게도 이선균이 몽유병 증세로 키우던 강아지를 죽이거덩요. 이 부분은 몽유병으로 죽인 건데, 귀신이 죽였다고 볼 수도 있구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죽었는데 죽은 시점부터 이선균의 몽유병 증상이 시작되었어요. 모든 부분이 다 말이 되게끔 짜 맞춰놨어요. 그러니까 억지 설정은 없어요. 물론 정유미가 억지 부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녀가 하는 말들은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에요.

 

어쨌든 영화가 흐르면 흐를수록 몽유병 환자인 이선균은 정상적인 모습을 찾아가고, 정상이었던 정유미는 점점 이상해지거덩요?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마지막에 이선균한테 너 귀신 들린 게 맞다면서 PPT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게 진짜 광기인 장면인데요.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PPT라고 좀 웃기긴 한데, 초반에 정유미가 회사 일 때문에 PPT 만드는 장면이 있었잖아요.

 

이게 다 복선인 거죠! 누군가에게 내 의견을 제대로 피력하고 싶을 때 가장 효과적인 장치가 뭐냐 PPT 아니겠습니까!. 그게 회사원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거예요.

 

그리고 엔딩이 호불호가 많이 갈릴 거 같은데. 저는 솔직히 갑자기 확 끝나서 김빠지는 느낌은 있었어요. 근데 열린 결말로 만들었으니까 또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마지막 이선균의 행동은 귀신일까 연기일까? 저는 개인적으로 연기라고 믿고 있습니다. 어쨌든 마지막까지 귀신이 떠났다는 거에 안심하고 편하게 잠드는 정유미의 표정과 허탈해하는 이선균의 표정. 정말 기승전결이 이렇게 딱딱 들어맞는 공포 영화 오랜만에 본 거 같습니다.

 

정말 무더운 가을, 오싹함을 느낄 수 있는 한국 공포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꼭 한번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물러갑니다.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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