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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다 EP.11] 파묘 -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은 미약하리라.

리형섭 2024. 2. 2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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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fWGL9xHy6Cg?si=JvIfHTcdWWN15p6f


출처 : 쇼박스

안녕하세요. 리형섭입니다.

 

오늘 2024년 2월 22일 목요일, 드디어 그토록 오매불망 기다리고 기다리던 파묘가 개봉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날만을 기다리고 계셨을 텐데요.

 

파묘는 원래 작년 11월 즈음에 개봉 예정이었는데 밀리고 밀리더니 올 2월에 개봉했습니다. 사실 공포 영화가 겨울에 개봉하는 게 어울릴까 생각했는데요. 요 며칠 계속 날씨 흐리고 비 왔잖아요. 오늘은 새벽부터 눈 오고 비 오고... 스산한 분위기를 뚫고 영화관에 가서 파묘 보니까 더 무섭고 더 재밌었습니다.

 

올해 파묘가 기대작인 이유는 주연 배우들,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보다도 감독! 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대한민국 오컬트 영화를 이끄는 장재현 감독의 신작 아니겠습니까!

 

출처 : CJ

저도 오컬트 영화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으로 검은 사제들, 사바하 지금까지 한 다섯 번 정도 본 거 같아요. 장재현 감독 영화의 특징은 단순히 공포 영화가 아니고 그 안에 숨겨진 메시지를 찾는 재미가 있어요.

 

그래서 그 메시지를 모르고 영화를 봤을 때랑 메시지를 알고 나서 다시 영화를 봤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 확연히 다른 걸 알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한번 보고 마는 게 아니라 다 회차 상영이 가능한 영화라는 사실!

 

검은 사제들에서는 천주교를 다뤘고, 사하바에서는 불교를 다뤘는데요. 그럼 이번 파묘에서는 과연 무엇을 다뤘을까?! 이게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출처 : 쇼박스

이번 파묘에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우리나라 묫자리에 대해 다루는데, 이게 또 우리 장례의식, 무속신앙, 풍수지리를 제대로 다루고 있습니다.

 

요즈음은 납골당에 많이 유골을 모시는 추세이긴 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산에다 묫자리를 마련하는 집안도 적지 않습니다.

 

돌아가신 분이 편히 가실 수 있도록 좋은 자리에 묘지를 놓는 거 아주 중요하죠. 하물며 이런저런 이유로 원래 있는 묘지를 이장하기도 하고, 다시 화장하기도 하잖아요. 충분히 우리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검은 사제들은 구마 의식을 다뤘고, 사바하는 불교를 중심으로 하는 사이비 종교를 다뤘다면, 이번 파묘에서는 우리 한국인에게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묫자리에 대해 다뤘다는 점에서 더욱더 대중적인 관심을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처 : 쇼박스

기본적으로 소재가 너무 재밌잖아요. 아니 파묘를 하는데 딱 봐도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거 같잖아. 안 봐도 뭔가 후환이 두려운 일이 일어날 거 같고! 그걸 어떻게 해결할지 그게 너무 궁금하잖아! 이게 어떻게 재미없냐고. 예고편만 봐도 미치겠드라.

 

그럼 지금부터는 스포를 하지 않는 선에서 파묘를 보고 느낀 점을 몇 가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쇼박스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바로 배우들. 솔직히 주연 배우들 연기력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역할도 자기 옷을 입은 것처럼 너무 딱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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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민식은 그동안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를 넘나들며 좋은 작품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영화를 보기 전에 최민식의 마지막 작품 카지노의 차무식 캐릭터가 너무 강렬해서 이번 파묘에서도 차무식이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영화 스틸컷만 보면 최민식이 맡은 배역은 되게 진중하고 무거운 캐릭터이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그냥 일반적인 묫자리 전문가 아저씨 느낌이 물씬 납니다. 거기에 더해서 인간미도 느껴지는 캐릭터구요.

 

어찌 보면 주인공치고는 특색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느낌. 조금 심심한 느낌입니다.

 

출처 : 쇼박스

무당 역을 맡은 김고은, 이도현은 그동안 우리가 만났던 무당과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아주 젊고 세련된 무당으로서, 그야말로 MZ 무당으로 등장하여 영화 속에 잘 녹았습니다.

 

이따 또 말씀드리겠지만, 이 둘이 굿하는 장면은 진짜 강렬합니다. 특히 이도현의 연기는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예요. 파묘에서 다른 건 몰라도 굿하는 장면만큼은 진짜 기대하셔도 좋아요.

 

출처 : 쇼박스

그리고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 사실 유해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유해진은 코믹, 가벼운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배우 유해진의 진가는 진지한 연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특히 파묘는 분위기가 아무래도 무겁고 계속 긴장할 수밖에 없는 영화인데 그 속에서 중간중간 분위기를 살짝 풀어주는 게 바로 유해진입니다. 근데 또 분위기를 잡아줄 때는 확실히 잡아주고 또 살짝 느슨하게 해주고, 영화의 완급조절을 할 수 있는 건 유해진 밖에 할 수 없다! 파묘에서는 유해진이 정말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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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파묘에 대해서 우리가 실제로 묘를 파서 관을 꺼내는 과정을 본 적이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아~ 파묘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구나’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장을 한다 치면 그냥 무덤 파서 관을 꺼내고 다른 곳에 바로 묻거나 화장하는 게 아니고, 개관(開棺)이라 해서 관을 열고 고인에게 인사를 드리는 과정이 있는데요.

 

영화 속에서는 이 개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화장을 진행합니다. 근데 그게 그야말로 근본이 없는 행동이라는 걸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또 이건 저도 처음 듣는 소리였는데요. 영화에서는 비 내릴 때 화장을 하는 게 아니라고 하네요? 어쨌든 영화를 통해 이러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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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파묘 과연 얼마나 무서운가! 그동안 장재현 감독의 영화를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문을 열었는데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사람을 놀래키는 기법, 점프 스케어 그런 건 없습니다.

 

다만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칠 수가 없어요. 계속 심장을 쪼이는 듯한 쫄깃쫄깃함을 유지한단 말이죠. 조금 긴장 풀어질라치면 또 무슨 사건이 일어나고, 형언할 수 없는 분위기 자체로 충분히 무서운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해 준단 말이죠.

 

근데 파묘 역시 정말 쫄깃쫄깃한 긴장감 인정합니다. 개인적으로 저 역시 영화 중반까지는 그 분위기에 압도됐어요. 영화를 보면서 너무 긴장되고 무서워서 신날 정도로 미치겠는 거예요.. 근데 후반부 들어가면서 뭐가 나오는데… 그게 나올 때 긴장 다 풀리고 그냥 헛웃음이 나왔어요.

 

갑자기 영화가 오컬트 미스터리에서 액션 영화가 된 느낌이네? 아니 후반에 갑자기 왜 이렇게 분위기를 틀었을까… 전 그게 너무 아쉽더라구요.

 

이게 자세히 말하면 스포니까 말씀은 안 드리겠는데 어떤 한 존재가 좀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변 인물들이 그걸 대하는 방식 역시 많이 아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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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쇼박스

근데 중반까지는 분위기가 너무 무서워서 제가 너무 신날 정도였는데, 그 요인 중에 하나가 비명소리가 영화에서 몇 번 나와요. 그게 엄청 소름 끼쳐요. 진짜 이건 연기하는 톤이 아니라 그냥 소름 끼쳐서 내지를 때 나오는 비명이야.

 

제가 고등학생 때 저희 아파트에서 무슨 사고가 났는데 그걸 눈앞에서 지켜본 아주머니가 있었어요. 그때 그 아주머니가 미친 듯 질렀던 비명소리가 아파트 단지에 울려 퍼졌어요. 15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그 소리가 생생히 기억날 정도인데요.

 

근데 파묘에서 비명소리 듣고 단번에 그 아주머니가 생각났어요. 그러니까 파묘에서 나오는 비명소리가 청각적으로 관객들을 아주 확 끌어당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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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시각적으로 확 잡아당기는 부분은 어떠냐. 제가 기억나는 장면이 상당히 많은데 그만큼 영화에서 관객 뇌리에 팍팍 박히는 장면이 많아요.

 

영화에서 치매 걸린 할아버지가 나오는데 갑자기 '아버지 아버지'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이게 어떻게 보면 무섭다기보다도 그냥 평범하거나 조금 웃길 수 있는데요.

 

돌아가신 저희 할머니도 치매로 고생하셨는데 어느 날 또렷한 목소리로 ‘엄마 엄마 나 배고파’ 이렇게 말하는 걸 옆에서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때 온몸에 닭살이 확 돋았거덩요? 이런 경험이 있으시면 영화 볼 때 그 부분에서 조금 더 소름 끼칠 수 있을 거 같아요.

 

출처 : 쇼박스

그리고 굿하는 장면. 영화에서 굿하는 게 두세 번 정도 나와요. 이게 김고은과 이도현의 엄청난 연기력을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한데요. 처음 파묘할 때 굿하는 장면에서 분위기는 되게 쫄깃쫄깃한데 어떻게 보면 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 일반적으로 굿하는 장면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출처 : 쇼박스

절정은 그다음이에요. 장례식장 영안실에서 굿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거는 이도현의 연기에 감탄을 금할 수 없을 겁니다. 더 글로리가 잊혀질 정도야. 여기서 저도 이도현의 모습을 보면서 소름이 쫙 끼쳤어요.

 

그리고 여기에 이어서 영안실에 놓인 관은 그 누구라도 함부로 열면 안 되잖아요. 근데 이때 연출이 마치 꼭 '누가 열어 볼 거 같은데'란 생각이 들게끔 했어요. 그러니까 관에서 귀신이 나올 거 같은 게 아니고 누가 저거 열어보지 않을까란 긴장감을 갖게 하는 연출, 저는 그게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출처 : 쇼박스

또 기억나는 장면이 최민식의 연기력이 빛나는 장면인데요. 물론 내용은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 최민식의 목소리 톤이 한순간에 싹 바뀌는 장면이 있어요. 동시에 갑자기 문을 쾅쾅쾅 두들겨! 심장 떨어지지 않게 조심.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파묘는 조금 잔인한 장면이 몇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되게 소름 끼쳐요. 무서운 걸 원하신다면 충분히 기대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출처 : 쇼박스

파묘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로서 곰곰이 생각해 볼 부분이 꽤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영화의 핵심 내용인 묫자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고, 왜 묫자리를 이런 곳에 했을까? 조상은 왜 이곳이 맘에 들지 않았을까? 조상은 왜 후손에게 한이 맺혔을까? 조상이 한이 맺히면 어떤 짓을 하나?

 

그리고 우리나라 귀신은 한이 맺히면 어떤 식으로 하고, 말씀드릴 수 없는 어떠한 존재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왜 다를까? 이러한 궁금증이 또 다른 재미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해요.

 

이건 진짜 중요해서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한 장소에 어떤 목적에 의해 묻힌 거예요. 이거 때문에 원한을 갖게 되는 이유도 다르고, 사람들에게 해코지하는 방식도 달라요. 이게 아마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거 같아요. 그래서 그 둘을 비교하는 게 재미있어요.

 

그러니까 중반까지 영화가 너무 좋아요. 근데 후반에는 너무 별로였어요. 아무래도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릴 거 같은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별로였습니다. 저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메시지였어요.

 

이게 5년 전 노재팬 운동이 활발한 반일 감정이 상당히 고조된 시기에 나왔다면 호평일 수도 있겠다 또는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올 수 있겠다 싶은데, 묫자리 이야기하다가 이런 내용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버리니까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물론 그걸 다룬다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닙니다. 근데 영화에서 너무 갑자기?! 뜬금없이?! 내용이 그쪽으로 흘러가는 게 당황스럽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뜬금없이 나오는 존재는 키가 또 왜 이리 커. 아니 작게 만들어도 되지 않나...? 제일 어이없는 게 그거랑 왜 치고받고 싸우냐고… 좀비 영화면 내가 이해를 하는데… 하…

 

출처 : 쇼박스

그러니까 파묘로 시작된 미스터리한 사건이 긴장감 넘치고 흥미롭게 흘러가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싸우면서 끝난다. 닭살이 돋을 정도로 소름 끼치게 무섭다가 그냥 헛웃음 치면서 영화관을 나온다.

 

오랜 시간 기다린 것에 비해서는 아쉽고, 감독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 비해서도 아쉽지 않나란 생각을 합니다.

 

흥행 면에서는 이게 손익분기점이 300만이라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다음 주에 듄2가 개봉하거덩요. 공포 영화기도 하고 내용도 호불호가 있을 거 같아서 흥행이 쉽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그래도 우리나라 오컬트 영화의 마지막 희망이 파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포 영화 좋아하신다면 영화관 꼭 가서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에 다른 영화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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