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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다 Ep.9] 1947 보스톤 - 2023년이 아닌 2013년이라면...?

리형섭 2023. 9. 1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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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FaK9lU6AbiQ

 

안녕하세요. 리형섭입니다.

 

오늘 영화수다에서는 추석에 개봉하는 영화 중 하나인 1947 보스톤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1947 보스톤이 추석에 개봉을 하는데 아직 2주 정도 남았습니다. 근데 영화에 자신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입소문을 빨리 퍼뜨리려는 목적인지 시사회를 꽤나 빠르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블라인드 시사회는 네 차례나 했고, 언론 시사회를 비롯해 일반 시사회 역시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관심 있으시다면 응모해 보시는 것도 좋겠죠?

 

사실 이 영화가 포스터와 예고편이 나왔을 때 인터넷에서 엄복동의 향기가 난다는 밈이 만들어져서 저도 크게 기대가 되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시사회에 당첨이 되어 맘을 비우고 최대한 관대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일단 1947 보스톤이 아직 개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용 스포 없이 이야기를 하나하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스포츠큐

먼저 1947 보스톤의 감독은 강제규 감독인데, 제가 어렸을 때 봤던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로 명성을 날렸던 분이잖아요. 그래서 이건 편견일 수도 있는데 지금 시점에서 1947 보스톤을 보면 조금 옛날 영화를 보는 느낌이 납니다. 근데 이건 사람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어요.

 

어떤 느낌이냐면 약간 슬픈 이야기가 나올 때 행복했던 옛날 시절 보여주고, 감동적인 부분 나올 때 슬로우 모션이 들어가고 옛날 행복했던 시절 또 보여주는 패턴. 대충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실 겁니다.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또 관객을 웃기려고 하는 장면 있어요.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가는데 콜라를 처음 먹고 엄청 오바하는 장면, 미국 기내식이 느끼하다고 비행기 안에서 김치를 꺼내더니 서로 먹여주는 장면, 그리고 미국 호텔 화장실 변기에서 세수하고 이런 장면들.

 

실제로 같이 영화를 봤던 중년 분들은 빵빵 터집니다. 근데 저 같은 그나마 젊은 층은 보면서 '뭐야 저게'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강제규 감독 영화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게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엄청나게 웅장합니다. 특정 장면에서는 웅장한 음악 깔아주고, 슬픈 장면 나오면 서정적인 음악 깔아주고. 그러니까 음악으로 관객들의 감정선을 건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감독 인터뷰를 보면 그동안 블라인드 시사회를 4차례 진행하면서 신파, 국뽕에 대해서 신경을 엄청나게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하는데요. 이게 마라톤을 소재로 한 영화지만, 스포츠 영화라기보다도 사실상 드라마인데요.

 

스포츠가 주는 감동은 분명히 있습니다. 게다가 일제의 탄압을 받았다는 이야기 등등, 문제는 이게 국뽕과 신파가 과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분명히 관객의 외면을 받을 거란 말이죠.

 

다행히도 영화를 보면 신파, 국뽕이 과하지 않습니다. 과하지 않다는 건 어느 정도 있다는 뜻인데, 1947 보스톤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감동이 있고, 신파, 국뽕이 자연스레 묻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까 또 슬픈 이야기가 있어요. 근데 정말 좋았던 게 슬픈 장면이 딱 나와요. 여기서 눈물 뽑겠구나 생각했는데 절제를 해. 적당히 치고 빠집니다.

 

또 국뽕이 묻어 나오는 장면이 있을 거 아니에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명분이 있어요. 합리적인 국뽕입니다. 그리고 대놓고 그렇게 국뽕도 아니에요. 막말로 우리가 2002년 월드컵 때 거리에 나가서 대한민국 외치고 애국가 불렀는데 그게 국뽕이에요? 아니잖아요. 1947 보스톤 역시 저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게 연출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신파든 국뽕이든 억지스럽다는 인상은 없습니다. 실제로 같이 영화를 봤던 중년 분들은 영화가 끝나고 눈물을 훔치는 모습 제가 많이 봤습니다. 신파를 좋아하지 않는 저 역시 어느 부분에는 울컥하는 감정이 생기기도 했구요.

 

근데 사실 저는 영화를 보기 전에도 그랬고, 보면서 그랬고, 감독이 왜 베를린 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의 이야기가 아닌 1947년 보스톤 마라톤 서윤복 이야기를 다뤘을까? 물론 서윤복 선수의 이야기 역시 의미는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해방이 되고 아직 남북한이 분단되지 않은 상황에서 처음으로 KOREA란 이름을 달고 나가는 국제 대회인 건데, 이게 진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순간인 건 맞아요. 근데 그게 지금 시점에서 우리에게 크게 다가오는 느낌은 없지 않을까?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왜냐면 솔직히 우리가 마라톤이라는 종목에 큰 관심이 없고, 또 마라톤 하면 보통 손기정, 황영조, 이봉주 딱 대표적으로 세 선수가 딱 떠오를 거예요.

 

그리고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고 그 뒤 이야기는 잘 모른단 말이죠. 일제에게 핍박받고 본인 스스로도 금메달은 땄지만 한국인 손기정이 아닌 일본인 손키테이 이름으로 땄다는 것에 대한 감정들.

 

물론 이러한 점들 때문에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태극기를 달고 나가는 것이 더욱더 의미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오히려 서윤복 선수가 아닌 손기정 선수의 이야기가 더욱더 와닿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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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근데 이 영화가 좋았던 건 충분히 손기정 선수의 일제 탄압을 더욱더 부각시켜서 반일 감정을 건드는 느낌으로 연출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연출은 없습니다. 오히려 손기정 본인이 일장기를 달고 뛰었기 때문에 태극기가 더욱더 간절하다는 식으로 연출했어요.

 

또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그냥 나간 게 아니라 나가기까지의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서 의미도 있었습니다.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아마 많은 분들에게 생소한 서윤복이라는 인물이 사실상 주인공인데요. 서윤복이 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완성돼있는 그를 다듬어가는 과정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마라톤을 위해서 그가 엄청나게 노력했겠지만, 영화에서는 마라톤의 훈련을 집중적으로 다룬다기보다도 그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에 집중했다고 느껴졌습니다.

 

어쨌든 마라톤을 소재로 한 영화잖아요. 우리가 현실에서도 마라톤에 대해 관심도 없고 경기를 본 적도 거의 없을 거예요. 근데 그 마라톤을 영화에 어떻게 녹였을까 궁금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스포츠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마라톤의 비중인데요. 마라톤 하는 장면이 거의 안 나와요. 훈련하는 모습도 흘러가듯 딱 한 번 나오고. 중간중간 뛰는 모습이 나오긴 합니다만, 정말 짧아요.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마지막에 보스턴 대회 마라톤 장면을 위해서 아껴두고 아껴두는 느낌. 그래서 마지막에 빵 터뜨리는 느낌. 물론 마지막 마라톤 장면은 상당히 스피디하게 흘러갑니다. 마라톤이 흐름이 기니까 지루할 수 있는데, 영어 해설을 넣어서 진짜 스포츠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

 

또 특정 구간마다 시간, 장소 킬로수를 보여줘서 거기에 맞는 해설도 나오고 특정 사건도 발생하는 연출, 마라톤 경기에 대한 몰입감은 상당히 좋습니다.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속도감도 생기고 긴장감도 나오기 시작해요.

 

그리고 실제 역사를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에 마라톤 대회에서 있었던 모든 건 다 사실인 거예요. 그래서 더욱더 대단하고 더욱더 감동적으로 다가오거덩요?

 

근데 우리가 이런 역사적 사실을 모르고 마지막 마라톤 장면을 보면 ‘무슨 괴물이야? 어떻게 저렇게 빨리 뛰어?’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 같아요. 최소한 마지막 마라톤 대회 장면은 오히려 현실이 더 영화 같다는 사실 기억하시면 되겠구요.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내용 외적으로 아쉬웠던 점이 있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일단 배경이 1947년이잖아요. 세트장에서 찍었다는 느낌이 아주 강하다 듭니다. 그래도 미국 보스턴은 세트장이 아니라 실제로 로케 촬영을 해서 아주 자연스럽고 오히려 아주 좋아요.

 

그리고 엑스트라 연기가 되게 좀 그래요. 특히 외국인들은 서프라이즈 느낌이 물씬 납니다. 그중에서 외국인 여자 있어요. 이 분은 왜 그렇게 비중을 많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손기정의 심리 변화라던가 그가 왜 그렇게 태극기를 원하는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전달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실상 주인공인 서윤복이 보스턴에 도착해서 느끼는 중압감에 대한 묘사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영화에서도 속이 좀 안 좋다, 침대 위에서 다리 쥐나는 장면들이 그가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중압감을 느끼는 걸로 나오는데 더욱더 그의 심리가 드러났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주연 배우 이야기를 하면 먼저 하정우. 당장 지난달에 하정우의 비공식 작전이 개봉했잖아요. 근데 하정우가 예전만큼 흥행몰이를 할 수 있는 배우라면 연달아서 영화가 나오는 게 좋을 수도 있는데, 이제는 하정우에 대해 좀 피로를 느낄 수 있는 거 같아요.

 

하정우가 어떤 배역을 맡든 또 하정우가 나올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역시 큰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1947 보스톤에서의 하정우는 그동안의 능글맞은 캐릭터가 아니라 진중한 캐릭터인 편입니다.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또 임시완이 마라톤 영화를 준비하면서 하루에 몇 시간 뛰고 엄청나게 열심히 준비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임시완의 연기가 꽤나 돋보입니다. 많이 뛰어서 다리가 후들거리는데도 계속 뛰려고 하는 모습, 마지막 마라톤 장면에서 확실히 연기 좋습니다. 근데 우리가 생각해 볼 게 비상선언에서도 임시완의 연기는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배성우, 이 분도 연기 좋았습니다.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여기까지 추석 개봉을 앞둔 1947 보스톤 이야기였는데요. 저는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크게 재밌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흔히 이런 영화는 신파가 강할 것이다, 국뽕이 강할 것이다 생각하지만 그런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다만 감동 실화이긴 하지만 마라톤이라는 소재는 분명 대중적이지 않다. 그리고 마라톤이라는 소재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실화이기 때문에 결과가 정해져 있고, 이 사건을 모른다고 해도 영화를 보면서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는 그야말로 내가 예상한 대로 다 맞아 들어가는 영화기 때문에 반전이 있을 수도 없고, 그냥 무난한 영화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심지어 이걸 얼마 전에 꼬꼬무에서 다뤘어요. 꼬꼬무 내용을 그냥 영상화한 게 1947 보스톤이에요. 꼬꼬무 봤으면 솔직히 이거 안 봐도 될 정도로 신선함은 없습니다.

 

추석 가족 영화라고 하니 4인 가족 하면 정가로 6만 원이잖아요? 꼭 할인 쿠폰 어떻게든 얻어서 싸게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영상 시청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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