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수다 EP.06] 더 문 - 우주 배경 신파 드라마

리형섭 2023. 8. 4.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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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9QBCSJb3ERY


안녕하세요. 리형섭입니다.

 

무더운 8월 시작과 함께 기대되는 한국 영화가 마구마구 개봉하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주 밀수가 개봉했고, 바로 이번 주 8월 2일 더 문과 비공식작전이 개봉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까지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옛날 같았으면 개봉을 앞둔 한국 영화 하나하나 모두 기대했을 텐데 코로나 이후로 영화 티켓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탓일까요? 개봉하는 한국 영화를 기대하는 것보다 덜컥 실망하지 않을까라는 우려스러움이 먼저 드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바로 영화관에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후기를 보고 영화가 ‘재미있다’, ‘재미없다’에 더욱더 관심을 기울이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구요.

 

출처 : CJ ENM

지난 글에서 류승완 감독의 밀수 이야기를 했다면 오늘은 더 문과 비공식작전 이야기인데 먼저 김용화 감독의 더 문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출처 : 뉴스1

김용화 감독 역시 흥행작이 많은 감독인데요.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그리고 엄청나게 히트를 친 신과 함께까지. 다만 신파가 강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감독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김용화 감독이 덱스터 스튜디오라는 영화 CG를 만드는 스튜디오의 대표이기도 한데요. 우리나라에서는 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영화에 참여했고 그만큼 퀄리티도 상당히 훌륭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영화와도 많은 작업을 한 만큼 덱스터 스튜디오가 CG 작업을 했다면 그 퀄리티 하나만큼은 보장되었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더 문이 개봉하기 전부터 신파 영화일 것이라는 우려스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최초 달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더해 덱스터 스튜디오의 CG 퀄리티라면 우주 영화로서 기대해 볼 만하다는 기대감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 우주 영화를 상당히 좋아하기 때문에 더 문이 기대가 되었는데요.

 

출처 : CJ ENM

게다가 주연배우로 나오는 도경수, 설경구. 연기력 하나만큼은 보증된 배우들 아니겠습니까. 저는 도경수 배우 정말 좋아하거덩요. 아이돌이라는 색안경을 끼지 마시고 배우로서 본다면 그의 연기 정말 좋습니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도경수 주연의 스윙키즈는 진짜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CJ ENM

다만 설경구 배우는 예전과 다르게 이제는 명성에 비해 출연한 영화가 전혀 흥행되지 않고 있거덩요. 과연 더 문으로 명성 회복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그 이외에도 김희애, 박병은 아주 훌륭한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더 문이 제작비가 280억 정도 들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손익분기점이 600만 명으로 상당히 높은 영화입니다. 과연 넘을 수 있을까? 옛날 같으면 600만 넘어볼 만하겠다 싶어도 요즘엔 600만 명은 결코 쉽지 숫자입니다.

 

어쨌든 스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어쩌면 스포가 조금 될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자그마한 스포조차 원하시지 않는다면 여기서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스토리부터 간단하게 소개 드리면.

 

출처 : CJ ENM

처음부터 5년 전 대한민국 최초의 달 탐사선이 폭발하면서 우주 대원 3명이 희생되었다는 이야기로 시작이 돼요. 이걸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주기 때문에 내용을 빠르고 일목요연하게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주 쉽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5년 후 2029년 한국이 독자 개발한 두 번째 달 탐사선이 성공적으로 출발했으나, 우주에서 태양풍 때문에 기기가 이상이 생기고 이 과정에서 폭발 사고로 대원 두 명을 잃게 되고, 혼자 남은 황선우(도경수)가 우주에서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긴장감도 있고 눈물도 흘리는 그런 내용의 영화인데요.

 

영화 그래비티

저는 일단 더 문을 보기 전에 기대했던 게 있습니다. 영화 그래비티처럼 우주에 혼자 남은 주인공의 고독하면서도 두려워하는 감정을 잘 표현했을까?

 

만약 그래비티와 같은 느낌을 기대하셨다면 안타깝게도 더 문은 그런 점 보다 오히려 우주에 있는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구의 모습이 더 많이 담겼어요.

 

그러니까 더 문은 우주 배경이 나오는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기에 신파가 아주 많이 가미되면서 호불호가 많이 갈릴 거 같구요.

 

먼저 좋았던 점을 말씀드리면

 

출처 : CJ ENM

사실 우리나라에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떠올리신다면 바로 떠오르는 영화가 없으실 거예요. 승리호 정도? 그건 진짜 좋지 않은 의미로 떠오르는 거 아닐까요?

 

근데 이제 우리나라 우주 영화를 떠올리면 아주 좋은 의미로 더 문이 떠오르실 겁니다. 우주를 정말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우주의 고요한 느낌을 아주 잘 살렸고, CG 퀄리티가 상당히 좋은데  본인들도 여기에 자신이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일부러 우주 보여주려고 쫙 비춰주는 장면도 있어요.

 

달 착륙하는 장면을 보여줄 때 역시 퀄리티 진짜 좋습니다. CG 티가 나서 긴장감을 깨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퀄리티에요. 또 우주선하고 달 탐사선이 도킹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몰입감 장난 아닙니다. 보면서 ‘도킹이 제대로 안되면 어쩌지’ 긴장이 될 정도로 퀄리티 진짜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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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J ENM

또 달에서 유성우 떨어질 때 전쟁 신을 방불케하고, 달 탐사차 타고 유성우를 피하는 신 이것도 진짜 좋았습니다.

 

물론 CG가 다 좋다는 건 아니에요. CG 티가 나는 장면도 분명 있어요. 개인적으로 우주인이 사고를 당했을 때는 마치 인형이 대롱대롱 매달린 느낌이었는데요. 다만 그런 것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CG 퀄리티 높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우주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걸 해결하고 또 문제가 생기고 그걸 해결하는 과정이 반복되다가 클라이맥스에서 빵 터지는 구성인데요. 우주에서 생기는 문제들이 억지스러움이 없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박진감이 넘치고 이번에는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까? 또 그 과정에서 인물들 간에 의견 대립하고 그 갈등이 해결되는 방식 모두 흥미로웠어요. 쫄깃쫄깃한 맛이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터 우주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생긴 긴장감이 후반 갈수록 점점 고조되는 연출. 조난 영화에서 이만큼 좋은 게 있나요.

 

출처 : CJ ENM

또 배우들의 연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주인공인 도경수, 아까 제가 연기 잘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더 문에서도 연기 아주 좋습니다. 우주에서 홀로 남았다는 설정 때문에 영화 대부분을 혼자 연기해요. 근데 관객들을 스크린으로 빠져들게 하는 연기력입니다.

 

출처 : CJ ENM

그리고 설경구도 연기 잘하잖아요. 지금 시점에서 설경구는 이제 메인으로 나서는 것보다 다른 주연배우를 뒷받침하는 역할로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또 김희애 역시 캐릭터는 몰라도 연기 자체는 아주 좋았습니다.

 

근데 아쉬웠던 점은 처음에 우주인 3명이 나오는데요. 이중 도경수를 제외하고 김래원, 이이경이 우정 출연하는데 초반에 이 둘의 연기가 조금 어색한 느낌입니다. 마치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이에요. 특히 김래원의 연기가 조금 작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출처 : CJ ENM

또 연출 부분에 있어서 이게 우주 영화로 나온 거고, 저는 우주 퀄리티가 높은 만큼 우주 배경을 좀 더 많이 보고 싶었는데요. 영화 연출이 우주와 지구에 있는 센터를 자꾸 번갈아가면서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달 착륙선하고 비행선하고 도킹하는 장면에서 자꾸 센터에 있는 배우 한 명 한 명 심각한 표정을 카메라에 담았는데요. 마치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배우들의 얼굴을 통해 보여주려는 의도로 느껴졌습니다. 아니 꼭 배우 얼굴 비칠 필요 없이 도킹하는 그 순간만으로 긴장감이 넘치잖아요.

 

또 대사 전달. 대사가 진짜 안 들려요. 아예 무슨 말인지 안 들리는 것도 있었어요. 평상시에는 잘 들리는데 무전할 때마다 웅얼웅얼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출처 : CJ ENM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는데 영화 초반 우주선에서 폭발 사고로 대원 2명이 목숨을 잃거덩요. 근데 그러고 나서 달 착륙을 강행하게 돼요. 이것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았는데, 생각해 보면 희생한 대원들을 위해 달 착륙을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긴 해요.

 

어쨌든 대한민국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어요. 근데 아까 2명이 희생당한 건 어느샌가 잊혀졌어. 사람들이 대한민국이 최초로 달 착륙했다고 박수 치고 서로 껴안고 난리가 난 거야.

 

세간의 모든 관심이 대원들의 희생이 아니라 달 착륙에만 맞춰져 있어요. 방금 사람 죽은 걸 지켜본 사람들이 이제는 달 착륙했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정이 살짝 미묘하더라구요.

 

그리고 이쯤에서 신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먼저 영화 초반부터 김래원이 사고로 부상을 당하고 목숨을 잃는 장면이 있습니다. 근데 죽기 전에 할 말 다하고 죽어. 전형적인 할 말 다하고 죽는 패턴. 그마저도 무슨 말을 하는지 웅얼웅얼해서 잘 들리지도 않아.

 

출처 : CJ ENM

또 설경구 캐릭터가 왜 그렇게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가 그 이유를 과거 회상을 통해 계속 보여줘요. 5년 전 사고로 많은 동료를 잃었고 거기에 대해 얼마나 힘든지 엄청나게 강조합니다. 지나치게 감성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출처 : CJ ENM

또 개인적으로 김희애 캐릭터도 이해하기가 좀 어려운데요. 영화에서 김희애는 설경구의 전부인인지 전 애인인지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나사에서 꽤 중요한 위치를 맡고 있습니다.

 

처음에 설경구가 김희애한테 전화해서 도움을 요청하는데 김희애는 단호하게 안된다. 이건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요청해도 안된다고 말해 놓고 나사 회의에서는 갑자기 우리가 구해야 한다는 뉘앙스로 말을 꺼내기도 하고 이게 안되니 법을 어기면서까지 몰래 도와줍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눈물을 막 흘리면서 우리가 국적을 떠나서 같은 사람으로서 주인공을 구해야 한다고 호소를 하는데요. 이게 오히려 우주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이 이런 식으로 호소했다거나 설경구가 호소했으면 차라리 이해도 가고 와닿았을 거 같은데 왜 나사에서 일하는 김희애가 저렇게까지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또 마지막에는 대놓고 신파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어요. 거기 나오는 배우들이 다 울어. 대놓고 우리 한번 실컷 울어보자! 이런 느낌으로 펑펑 우는 장면이 있습니다.

 

근데 울면서 말하는 내용을 잘 들어보면 이게 슬픈 게 맞나 싶습니다. 스포라서 직접적으로 말은 못 하는데 내용을 들어보면 ‘이건 슬픈 게 아니고 범죄 아니야?’ 싶을 정도로 이해가 안 가요. 아니 울 내용이 아닌데 너무 다 우니까 오히려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후반 보기 전까지는 ‘신파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네’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원기옥처럼 모든 걸 다 쏟는 느낌이 강했어요. 거기서 저는 아주 심한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출처 : CJ ENM

분명 우주 SF 영화는 맞는데 우주 조난 영화라기보다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 요소가 강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CG도 좋고 우주에서 일어나는 상황도 억지가 없이 정말 좋았고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신파 없이 담백하게 끌고 갔으면 어땠을까,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눈물 흘리면서 호소하는 게 아니라 국가 간에 외교로 해결한다거나 전문가들이 머리를 싸매고 현실적으로 해결하는 느낌이 있었으면 좋았을 거 같아요.

 

더 문 영화 자체는 신파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면 추천합니다. 근데 억지로 눈물 짜내는 거 정말 싫다면 굳이 영화관까지 안 가셔도 될 거 같아요.

 

다만 우리나라에서 우주를 가장 잘 보여준 영화는 더 문이 유일무이한 것은 분명합니다. 영화 내용의 호불호를 떠나 우리나라도 상당히 좋은 퀄리티의 우주 배경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여기까지 더 문 이야기였습니다. 다음은 비공식작전 이야기로 찾아뵙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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