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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다 EP.2] 더 퍼스트 슬램덩크 : 가히 인생에 남길 만한 명작.

리형섭 2023. 1. 1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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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P6x80oKGyh4

 

 

안녕하세요. 리형섭입니다.

 

"농구... 좋아하세요?" 단 한 문장으로 많은 남성을 설레게 만든 만화가 있습니다. 피 끓는 청춘들에게 농구 하나로 사나이의 진정한 열정을 일깨어주었던 만화, 바로 슬램덩크인데요!

 

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슬램덩크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만화입니다. 아마 대다수의 남성들은 그때 그 시절 만화를 떠올린다면 가장 먼저 드래곤볼이 떠오를 것이고, 그다음이 슬램덩크가 아닐까요.

 

그야말로 90년대 학생들의 마음을 휘저어 놓은 만화가 26년 만에 우리에게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슬램덩크 만화를 아예 안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저 역시 초등학생 때 처음 접한 슬램덩크를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때까지 가끔씩 봤을 정도니까요. 1권을 보면 24권까지 쉴 새 없이 달렸던 기억이 나네요. 읽을 때마다 내용을 다 알고 있음에도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스포츠가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월 4일 개봉하여 벌써 100만 명 관객 돌파라는 쾌거를 이루고 있는데요. 100만 명을 넘어 과연 어느 정도로 흥행몰이를 할 것이냐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관객 대다수가 30~40대인 걸 보면 확실히 그때 그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네요.

 

사실 작년 11월에 일본 오사카에 놀러 갔을 때 전혀 예상치도 않게 슬램덩크 영화 개봉 소식을 듣고 너무나도 놀란 경험이 있는데요. 이미 만화는 연재가 끝난 지 오래고, TV 애니메이션 역시 종영한 지가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슬램덩크 영화가 새로 나온다? 그럼 가장 궁금한 건 바로 어떤 내용일까?였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만화책의 마지막 부분인 산왕전을 다루고 있는데요. 이게 슬램덩크 팬들에게는 그동안 너무 아쉬웠던 게 슬램덩크의 대미를 장식하는 산왕전은 그 어떤 애니메이션이나 극장판에서는 볼 수 없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슬램덩크의 종지부를 찍는 이야기이거늘, 이게 바로 26년 만에 영화화된 겁니다.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입니까?

 

일본에서는 개봉을 앞두고 꽤나 크게 이벤트 무대도 설치하였는데요. 지나가는 사람마다 관심을 갖긴 해도 그 연령층이 확실히 높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슬램덩크가 일본에서는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일본에서 농구라는 스포츠가 크게 인기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루이 하치무라라는 NBA 플레이어가 있긴 해도, 일본과 농구는 그다지 매치가 안 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농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듯 높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슬램덩크가 나왔던 90년대는 가히 농구 부흥기라 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농구 인기가 대단했는데요.

 

지금도 물론 NBA가 인기 있는 스포츠지만, 90년대 당시에는 농구를 몰라도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은 다 알던 시대고, 우리나라만 해도 농구 대잔치의 인기가 어마어마하던 시절이었죠. 허재를 시작으로 이상민, 서장훈, 현주엽, 문경은, 전희철, 강동희, 우지원 등등 수많은 스타플레이어의 인기를 힘입은 농구의 인기는 그야말로 열광에 가까운 시대였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슬램덩크는 인기가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만화였습니다. 재미있게도 슬램덩크는 어떻게 접했느냐에 따라 추억이 다 다른데요. 비디오로 본 사람이 있고, SBS에서 본 사람 그리고 만화책으로만 본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매체로 접했느냐에 따라 좋아하는 슬램덩크 노래도 다르고, 기억하고 있는 캐릭터의 목소리도 다 다릅니다. 특히 노래 같은 경우는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 버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가수 박상민이 부른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버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슬램덩크 하나를 두고 갖고 있는 추억이 모두 다른 게 재미있죠.

 

제가 어렸을 때를 돌이켜보면 SBS에서 평일 4~5시 즈음에 슬램덩크를 방영했는데 집에서 슬램덩크를 보고 끝나면 바로 농구공 들고 친구들하고 농구를 했을 정도로 동네 애들이 슬램덩크를 너무 좋아했습니다. 강백호 슛 따라 하고, 채치수의 파리채 블로킹! 이러면서 농구를 했었네요.

 

물론 아이들에 국한되지 않고,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대학생까지 농구 하나로 똘똘 뭉치던 시기가 있었죠. 모두 슬램덩크 영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담입니다만 제 고등학교 친구 깅수 역시 평생 운동을 전혀 안 하는 친구인데요. 학교 다닐 때 그 친구와 유일하게 같이 했던 운동이 바로 농구였습니다.

 

슬램덩크 영화 이야기하기도 전에 슬램덩크에 관한 추억이 마구마구 쏟아지는 게 너무 신기하면서도 애틋합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친구들과 모여 농구는 할 수 없어도 다 같이 슬램덩크 영화 보고 추억 보따리 풀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겁니다. 아마 밤을 새워서라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감독과 각본, 작화까지 맡은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그야말로 작가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입니다. 26년 만에 나온 슬램덩크 영화는 사실 그전에도 계속 영화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요.

 

농구 경기하는 움직임을 제대로 구현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그동안은 계속 거절해 왔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그 움직임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영화화로 결정하고 제작한 게 바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입니다.

 

사실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슬램덩크 말고도 '리얼', '배가본드'라는 걸출한 명작도 보신 적이 있을 텐데요. 이 작가가 작품을 끝내는 경우가 정말 드물 정도로, 어쩌면 슬램덩크가 완결 난 게 기적일 정도로 작품을 끝까지 완성하지 않습니다.

 

배가본드만 해도 1999년 처음 연재를 시작해 2014년에 마지막으로 단행본이 나오고 그 뒤로는 전혀 연재 소식이 들려오지 않습니다. 하필이면 제일 재밌어지는 부분에서 연재 중지를 하면 어떡합니까! 그러니 슬램덩크가 26년 만에 영화로 나온다는 소식을 팬들에게 기적 같은 소식과 다름없던 것이죠.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더빙판과 자막판이 동시에 상영되고 있는데요. 슬램덩크를 너무 좋아하는 저는 두 버전 모두 보았습니다. 더빙판은 혼자 가서 봤고, 자막판은 슬램덩크를 아예 모르는, 농구 자체를 아예 모르는 여자친구와 보았습니다.

 

일단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슬램덩크를 모르는 여자친구 또는 와이프가 같이 보러 가자고 한다면, 그전에 먼저 혼자 가서 보세요. 그러고 나서 같이 보러 가세요. 왜냐하면 슬램덩크 내용이나 농구 룰을 모른다면 자꾸 설명을 해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영화 집중도 안 되고, 감동이 와장창 다 깨져버립니다. 그러니까 고독하게 먼저 혼자 가서 그 감동을 느끼세요!

 

물론 슬램덩크를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어쩌면 슬램덩크 원작 팬들보다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만큼 진입 장벽이 상당히 낮습니다.

 

다만 캐릭터가 헷갈릴 수 있고, 캐릭터가 갖고 있는 이야기를 모르니까 감동이 좀 덜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면 정대만이 머리가 길었다가 양아치였는데 왜 다시 농구를 하는지도 모르겠고, 왜 할아버지랑 마주치기 싫어하는지 등등 설정을 모르니까 개인적으로는 원작을 보는 게 좋고, 못 본다면 요약본이라도 읽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어쩌면 이번 영화를 보고 슬램덩크 원작에 관심이 생겨 읽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겠죠?

 

그리고 더빙판과 자막판 둘 중에 뭐가 낫냐. 저는 개인적으로 둘 다 너무 좋았습니다. 성우 부분은 우리나라 더빙판은 강백호 역할을 제외하고 모든 캐릭터가 새로운 성우가 맡았고, 일본판은 아예 성우진이 싹 다 교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이게 논란이 될 정도로 이슈가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2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나이 문제로 교체했으리라 봅니다. 어쨌든 더빙판, 자막판 둘 다 너무 훌륭합니다. 애초에 성우 목소리나 분위기는 한일 모두 꽤 비슷합니다.

 

다만 예전에 애니메이션을 일본어로 접했거나 일본어를 조금 하신다면 저는 자막판이 괜찮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일본어와 한글 자막의 내용이 미묘하게 달라요.

 

그리고 디테일한 부분을 파고든다면 확실히 일본어 버전에서 더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강백호 캐릭터는 일본어 버전이 더 강백호스럽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원작에서 강백호와 송태섭은 꽤 친한 사이인데요. 그래서 강백호는 송태섭을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부릅니다. 송태섭의 일본 이름은 '료타'인데 강백호는 송태섭을 '료찡'이라고 부릅니다. 영화 중간에 대사를 잘 들어보면 '료찡꼬'라고 이게 사실 우리말로 하면 송태섭을 송꼬추라고 부르는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한글 자막도 그렇고 더빙판에서는 이런 디테일함을 살리지는 않습니다.

 

또 산왕(山王)은 일본어로 산노(さんのう)인데 강백호만 한자를 잘못 읽어서 야마오(やまおう)라고 읽습니다. 그럴 때마다 한글 자막은 산왕이 아닌 '산양'으로 나오구요. 그래서 일본어가 조금 들리신다면 대사 속에서 이런 디테일함을 캐치하는 재미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영화는 처음에 연필로 슬램덩크의 캐릭터를 한 명 한 명 그리면서 시작이 되는데요. 그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감격스럽습니다. 진짜 내가 슬램덩크 영화를 보는구나 실감이 들기도 하구요.

 

다만 이 부분에서 조금 아쉬운 건 일단 노래를 꼽을 수 있는데요. 캐릭터 그림과 함께 락 음악이 쫙 깔리는데, 만약 옛날 슬램덩크의 주제가가 나왔다면 훨씬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작권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겠지만 말이죠.

 

또 노래 가사가 일본어로 나오는데 한글 자막으로 해석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무리 짧게 나온다 하지만 그래도 일본어 노래인데 한글 자막이 없는 게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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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그림이 다 나오고 바로 산왕전이 시작되는데요. 캐릭터의 움직임을 또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예고편을 보았을 때는 농구 드리블하는 모습이 약간 이질적으로 느껴져서 별로였는데요.

 

영화로 보니 캐릭터의 움직임이 굉장히 사실적입니다. 영화를 위해서 3D로 몸동작을 캡처하면서 만들었다는데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확실히 작가가 그동안 영화화 제작을 미루고 26년 만에 개봉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아니면 영화화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의도를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공격할 때나 수비할 때의 모습, 드리블, 슛 동작 모두 진짜 농구하듯 사실적으로 움직이고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살아 있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특히 제가 인상 깊었던 건 백코트 할 때 강백호가 괜히 공 뺏어보겠다고 손을 뻗어서 흔드는 모습이 있는데요. 진짜 디테일하게 캐릭터가 움직입니다.

 

마치 카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농구 게임을 보는 거 같기도 하구요. 어쨌든 그동안 우리가 보았던 슬램덩크 애니메이션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제작되었습니다.

 

기존 슬램덩크 애니메이션이 갖고 있던 특유의 과장된 몸짓이 없고, 농구 경기 흐름이 끊기지 않고 리얼타임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예를 들면 예전 애니메이션을 보면 안경 선배가 중요한 경기에서 3점 슛을 쏘는데 갑자기 혼잣말과 함께 과거 회상이 시작되고 그게 한 에피소드로 되게 길어서 경기 흐름을 다 끊어먹었다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그런 흐름을 끊어 먹는 장면은 없고 경기가 계속 리얼타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원작 팬이라면 조금 아쉬운 건 슬램덩크 특유의 개그를 엿볼 수 없습니다. 예컨대 경기 초반 공이 강백호 얼굴에 맞고 골인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게 만화였으면 공 맞은 강백호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웃기게 연출했을 텐데 그런 게 일절 없고 그냥 물 흐르듯 지나갑니다.

 

그래서 작가가 기존의 슬램덩크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를 제작했다기보다 정말 농구 경기 자체를 보여주기 위해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제작한 듯한 느낌입니다. 관객 역시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 객석에 앉아있다기보다 농구장에서 농구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화의 기본적인 내용은 만화와 거의 똑같은데요. 농구 경기가 진행되면서 중간중간 과거 이야기가 삽입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모두가 잘 아시다시피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강백호가 아닌 송태섭입니다.

 

저는 송태섭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사실 별 관심이 없었는데요. 이번 영화를 계기로 아주 좋아하는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만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의 가족 이야기, 특히 친형과의 이야기는 상당히 뭉클했습니다.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라 더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 더 뭉클했던 이유는 송태섭이 오키나와 출신인데요. 제가 또 오키나와 매니아로서 이 부분을 말씀드리면, 오키나와라는 곳은 일본이지만 동시에 일본이 아닌 곳이기도 한데요. 일본 본토에서도 상당히 멀뿐더러 문화와 역사도 다른 곳이구요.

 

송태섭 가족이 오키나와를 떠나 일본 본토로 전학을 가는데, 송태섭에게 오키나와는 고향이자 형과의 추억 그리고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송태섭이 방황을 할 때 오키나와에 돌아가 형과의 추억이 있는 아지트를 찾고 형 물건을 보며 다시 마음을 잡기도 하구요.

 

그러니까 고향이 기차 타고 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데, 도쿄에서 오키나와는 비행기로 3시간이 걸립니다. 즉, 송태섭 가족이 오키나와를 떠났다는 건 모든 것을 그곳에 묻어버리고 왔다는 뜻인 거죠. 그야말로 고향에서 만들었던 모든 기쁨과 슬픔을 잊고 새로 출발하기 위해 떠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더 송태섭과 형의 이야기가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경기 중간중간 송태섭이나 다른 인물들의 과거 이야기가 나오는데, 예전 애니처럼 경기 흐름을 끊어 먹는 연출이 아니라 오히려 산왕전이 각 인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경기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경기 중 인물들 간의 대립이 있는데요. 약체팀으로 평가받는 북산이 최강팀 산왕이라는 큰 벽에 막혀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데 이걸 극복하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원작에서도 너무 좋았는데, 영화에서는 더욱더 훌륭하게 표현됩니다. 다만 서태웅은 비하인드 스토리나 개인적인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아서 서태웅 팬이라면 조금 아쉬울 수 있겠네요.

 

그리고 원작에서는 있었던 내용이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은 것도 꽤 있는데요. 영화의 주인공이 송태섭이다 보니 만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강백호의 비중은 조금 줄었습니다.

 

특히 후반에 허리를 다치고 옛날 모습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만화에서는 소연이에게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라는 명대사와 명장면이 있었는데,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영감님에게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난 지금이라구요.' 이 대사와 장면은 나오는데 만화보다는 임팩트가 떨어집니다. 그 이유가 영화는 만화처럼 한 화면에 강백호만 영감님만 나와서 포커스가 그 둘에게 집중되는 게 아니고, 한 화면에 농구 경기는 경기대로 진행되고 있고, 강백호랑 영감님은 대화를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냥 훑고 지나가는 느낌으로 나옵니다.

 

어쨌든 영화가 2시간이 조금 넘는데 저는 시작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고 보았습니다. 제가 슬램덩크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보는 내내 지루하다는 생각 없이 너무 재미있게 보았고, 내용을 다 아는 상태에서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마지막 부분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너무 궁금하게 만드는 연출이었습니다.

 

근데 마지막 1분은 우리가 26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을 만큼 최고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만화책에서도 마지막 부분은 장난 아니었는데 영화에서는 더 장난이 아닙니다.

 

특히 마지막 1분 영화관의 모든 사운드가 싹 없어지고 화면만 나오는데요. 그전까지는 솔직히 떠드는 사람도 있고, 핸드폰 보는 사람도 있고, 팝콘, 콜라 먹는 소리도 있는데요.

 

그 조용해진 1분 만큼은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너무 긴장돼서 침을 꼴깍 삼키고 싶고, 물도 한 모금 마시고 싶었는데, 지금 이 순간 이 정적을 깨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마 모두 같은 마음을 갖고 조용하게 영화를 보았겠지요. 진짜 그 1분이 미칩니다. 그 분위기에 압도됩니다.

 

마지막 북산 공격은 갑자기 캐릭터가 3D에서 만화책처럼 표현이 되면서 진행이 되는데요. 마치 만화책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 스멀스멀 다가오면서 그 강백호의 명대사 '왼손은 거들 뿐' 이 대사는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고 강백호의 입모양만 나옵니다. 물론 정적이 흐르는 순간 아무 대사가 없는 연출도 좋았습니다. 근데 적막한 정적 속에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대사가 나왔어도 너무 좋았을 거 같아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마지막 1분, 북산의 마지막 공격이 진행될 때 코끝이 정말 찡했습니다. 그리고 강백호와 서태웅이 하이파이브 하는 순간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거 같았습니다. 진짜 눈물 납니다. 그 순간만큼은 감정에 충실해서 눈물 흘리고 싶음 흘리세요!

 

이게 왜 눈물을 불러일으키는가 생각해 보니 영화 내용도 감동적인데, 어렸을 때 슬램덩크를 보면서 즐거워했던 그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고, 마치 그때의 그 추억을 돌려받는 듯한 느낌이 나서 그랬나 봅니다. 너무나도 좋았다는 말밖에 하고 싶지 않네요.

 

저는 감히 2023년 최고의 영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정도로 슬램덩크 팬에게는 최고의 영화, 슬램덩크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오히려 이 영화를 통해 슬램덩크 원작까지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화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이야기, 그리고 산왕전을 영화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완벽한 슬램덩크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마지막 엔딩이 너무 반전이었는데요. 그렇게 끝난 것도 물론 너무 좋았습니다만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도 보여줬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작가가 송태섭을 너무 좋아하는 게 티가 나는 결말이었습니다.

 

여기까지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이야기였습니다. 26년 만에 영화로 돌아온 슬램덩크 모두 재미있게 즐기시길 바라겠습니다. 26년 전 추억을 갖고 있는 아빠가 자라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는 영화입니다. 모두 극장으로 속공!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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