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사랑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리형섭입니다.
오랜만에 영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올해 코로나 거리 두기가 끝나면서 정말 침체되었던 영화판이 들썩이고 있는데요.


그에 따라 올해 정말 대단한 작품이 여럿 등장했습니다. DC의 배트맨, 3년 만에 천만 관객을 달성한 마동석의 범죄도시2, 영원한 클래스를 증명한 톰 크루즈의 탑건 매버릭, 칸에서 감독상을 거머쥔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 칸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송강호의 브로커 그리고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와 토르까지.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도저히 극장에 가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영화들이 속속 개봉했습니다. 저 역시도 지난 2년 간 영화관에 간 횟수보다 올해 영화관에 간 횟수가 더 많았네요.

그리고 이에 맞춰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영화 티켓 가격 인상까지. 정말 완벽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사실 2022년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가 바로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라고 생각합니다. 내용을 읽어보면 2022년 인간 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1391년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 내용만 보면 외계인하고 고려 시대를 어떻게 엮어낼까 이것부터 흥미로운데요.
또 예고편을 보면 우주선 날아다니고 외계인하고 싸우고, 고려 시대에 총 쏘고, 도술 부려가지고 싸우고. 기대가 안될 수가 없는 거예요.

게다가 감독은 최동훈. 사실 내용만으로는 영화가 어떻게 나올까 조금 아리송한데, 감독 최.동.훈 딱 보면 ‘야 이거 무조건 재밌다’ 이렇게 생각이 드는 거죠.
아시겠지만 최동훈 감독은 단 한 번도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명실상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감독 중 한 명인데요.

2004년 범죄의 재구성을 시작으로 타짜, 전우치, 도둑들, 암살까지. 이 중에서 도둑들과 암살은 관객 수 1200만 명을 돌파한 아주 어마어마한 작품입니다. 물론 나머지 작품들 역시 많은 관객수를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04년에 개봉한 범죄의 재구성을 가장 좋아합니다. 박신양과 백윤식 그리고 조연으로 나온 연기자들의 연기력이 정말 대단한데요. 2004년 이후에 개봉한 범죄영화 중에서 범죄의 재구성을 뛰어 넘는 작품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명작입니다. 이거 안 보셨으면 넷플릭스에서 바로 보세요. 죽입니다.
최동훈 감독 영화의 특징이라면 다양한 캐릭터들과 찰진 대사가 일품 아니겠습니까. 연기력이 뒷받침되는 명배우들의 티키타카. 배우들의 명품 연기력을 보는 거 자체만으로 재밌거덩요.
그리고 케이퍼 무비라고 하는 범죄 영화, 최동훈 감독이 우리나라에서는 이 케이퍼 무비의 가히 거장이라고 할 만큼 잘 만드는 걸로 유명한데요. 최동훈 감독 본인도 케이퍼 무비 장르를 굉장히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본인이 부인과 함께 창립한 회사 이름부터 케이퍼필름이니까요.
어쨌든 영화를 만들기만 하면 흥행에 성공하는 감독이 우리나라에서는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SF 장르를 연출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까 당연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죠.

오랜 기다림 끝에 2022년 7월 20일 개봉을 했는데요. 개봉 이틀 28만 명이라는 관객 수를 동원하면서 기대에 조금 못 미치는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외계인의 출연진 역시 호화 캐스팅. 연기력이 보장된 배우들로 가득한데요.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등등. 특히 김우빈 같은 경우는 오랜 투병 생활을 딛고 6년 만에 복귀하는 작품이니만큼 더욱더 의미가 있는 작품이겠네요.
외계인은 1부 2부 동시 촬영을 했고, 1부는 2022년, 2부는 2023년에 개봉 예정입니다. 1부만 해도 제작비가 330억이 투입되었다고 하는데요. 2부까지 합치면 제작비가 어마어마할 겁니다. 1부의 손익분기점은 730만 명 정도입니다.
한국판 어벤저스를 만들고 싶었다는 최동훈 감독. 과연 외계인은 어떤 영화였을까 제 개인적인 감상평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스포일러는 거의 없습니다. 사실 스포일러를 할 만큼 반전이나 그런 요소가 없긴 해요.

어쨌든 영화 시간이 2시간 30분 정도 되는데요. 보는 내내 계속 시계를 힐끔힐끔 봤습니다. 언제 끝나나. 조금 지루했습니다. 마치 넷플릭스 영화를 집에서 보는 게 아니라 영화관에서 보는 느낌이었어요. 넷플릭스 영화는 집에서 편하게 핸드폰 만지면서 봐야 재밌는데, 영화관에서는 그걸 못하니까 너무 힘들었습니다.
일단 영화를 보기 전에 마치 전우치와 비슷한 스타일이 아닐까 생각했는데요. 전우치와는 아주 다른 스타일의 영화였구요. 과거 파트와 현대 파트가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마치 물과 기름이 뒤섞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도사 역할을 맡은 류준열에 대해 의심이 많았어요. 류준열을 너무 좋아하는데 고려 시대와 류준열이 과연 잘 어울릴까? 그리고 계속 전우치의 강동원과 비교가 되는 거예요. 근데 류준열은 역시 류준열이다. 아주 캐릭터와 찰떡궁합이었다고 생각해요.


반면 현대 파트에서 로봇 역할을 맡은 김우빈, 소지섭의 연기력은 개인적으로 별로였어요. 어쩌면 캐릭터 자체가 매력이 없거나 매력을 뽐낼만큼 영화가 여유가 없었거나. 잘생겨서 부러워하는 거 아닙니다.
역시 최동훈 감독의 영화는 코믹한 요소가 꽤 있잖아요. 코믹한 부분은 류준열과 그 조연이 맡았고, 진지한 부분은 김우빈, 소지섭이 맡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이 한데 어우러지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왜냐면 과거 작품을 보면 코믹하면서 가벼운 캐릭터가 있으면 반대로 무게감 있는 캐릭터가 나와서 그 중심을 잘 잡아줬다고 생각하는데요.


예컨대 범죄의 재구성에서 박신양이 까불까불한 연기를 했다면 백윤식이 무게감 있게 잡아주고, 타짜에서는 조승우나 유해진이 까불까불 거렸다면 백윤식, 김윤석이 무게감 있고, 전우치에서는 강동원이 있다면 반대되는 캐릭터로 김윤석.
이런 식으로 분위기의 중심을 맞춰주는 캐릭터들의 캐미가 있었다고 한다면, 최동훈 감독 특유의 배우들의 티키타카가 외계인에서는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대사도 곱씹어 보면 그렇게 찰진 대사가 많지 않아요. 오히려 액션에 많은 비중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극 중에서 캐릭터들이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만큼이나 다양하다고 생각하는데, 영화 시간이 굉장히 긴데도 불구하고 캐릭터들의 묘사가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매력적이지 않아요.
게다가 과거의 인물들과 현대의 인물들이 만나는 접점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캐릭터들이 따로따로 노는 느낌이 아주 강합니다.
영화 구조상 류준열과 김우빈, 또는 김우빈과 김태리의 캐미를 전혀 느낄 수 없다. 마치 한 작품에 두 가지 내용이 따로따로 있는 느낌. 그래서 그 캐릭터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매력적인 요소를 뽐낼 수 없다.


또 영화 보면서 너무 거슬렸던 게 과거와 현대가 자꾸 전환이 되는데, 저는 흐름이 너무 끊겼어요. 물론 영화 내용상 연결이 되는 부분이니까 과거와 현대를 왔다 갔다 했겠지만, 과거는 가벼운 분위기의 코미디인데, 현대는 너무 진지해서 분위기가 대비되니까 흐름이 너무 끊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파트가 더 많았으면 좋았겠다. 과거가 현대에 비해 훨씬 재밌었습니다. 차라리 1부는 과거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2부는 현대에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력은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류준열의 연기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흡사 김용 소설 녹정기의 위소보가 생각났어요. 그만큼 류준열 캐릭터 자체는 대단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액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고려 시대 파트만 놓고 보면, 이 영화는 무협 영화라고 해도 될 만큼 액션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제가 무협 소설을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도사로 나온 류준열이 주먹으로 그냥 싸우는 게 아니고, 부채를 이용한 도술로 싸우는 게 꽤나 흥미로웠구요. 동시에 그 특유의 천연덕스러운 연기 아주 좋았습니다.
또 고려 시대, 도술이 난무하는 액션신에 권총이 나온다. 영화에서는 이걸 천둥이라고 표현했는데 개인적으로 이것도 재밌었습니다. 언밸런스한데 이것도 아주 괜찮게 연출했구요.

그리고 염정아 조우진이 연기한 두 신선도 꽤나 매력적인 캐릭터였는데 부적을 이용해서 싸우는데 조금 더 이 캐릭터들을 매력적으로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란 아쉬움이 남습니다.
SF 영화에서 무협적인 요소는 너무 좋았는데 액션이 다채롭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외계인과 도사가 싸우는데 뭔가 더 무협적인 요소를 넣었으면 좋았을 거 같은데, 총 쏘고 그냥 주먹으로 패고, 칼로 싸우고. 범죄도시2에 너무 눈이 높아졌나? 타격감이 너무 아쉽다.
쓸데없는 외계인에 CG 쓰느니 도술 부분에서 CG로 좀 더 힘을 썼으면 좋지 않았을까.

반면 현대 부분에서의 액션은 사실 그동안 마블 영화에 길들여진 탓에 우리가 눈이 너무 높아졌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CG 범벅인 현대 부분은 조금 웃기기도 했다. 도심에서 우주선 날아다니고 CG 처리된 외계인과 로봇이 싸우는데 자꾸 마블 영화가 생각나는 거예요.
특히 우주선끼리 추격전이 있는데 제작비를 여기에 다 쓴 거 같다란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고 CG가 엄청 구린 게 아니고 볼만합니다. 근데 과거에서 도술로 싸우는 거 보다가 갑자기 우주선 날아다니는데 CG 처리가 그냥 볼만해. 그러니까 분위기가 갑자기 확 식는 거야.
그리고 김우빈이 변신하는 로봇은 바디프렌드 광고가 자꾸 생각났고, 빌런인 외계인은 생김새부터 진짜 외계인을 묘사해서 빌런조차도 매력이 하나도 없다.
또 현대 파트에서 어린아이 연기는 뭐 잘합니다만 약간의 신파를 불러일으키는 듯한 연출, 마치 클레멘타인에서 딸이 아빠 일어나라고 울부짖는 장면이 슬쩍 떠오르는 느낌. 굉장히 식상했습니다.

그리고 썬더. 그 로봇이 귀엽다는 이야기도 꽤 있는데. 캐릭터 자체는 귀엽고 괜찮아요. 근데 더빙이 이야기 흐름을 끊어먹을 정도로 거슬렸습니다.
개인적으로 또 아쉬웠던 점은 아무래도 1부 2부 나눠진 만큼 1부에서 세계관이나 캐릭터들 관련 설명이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근데 그걸 말로만 설명하는데 지루하기도 하고 최동훈 감독이라면 더 위트 있게 혹은 영상으로 다채롭게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란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또 아쉬웠던 점은 이런 영화들은 으레 주인공이 처음에는 힘이 약해서 적을 이기지 못하다가 어떤 일을 겪으면서 성장을 하고 적을 무찌르는 그런 패턴 아니겠습니까.

가령 주성치의 쿵푸허슬 보면, 보잘것없는 주인공이 사실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복선이 영화 내내 깔려 있고,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결국 무림 고수가 되어 깨달음을 얻고 적을 무찌르는 패턴.


근데 외계인은 류준열이 애초에 도사로 나오고, 김태리 역시 잘 싸워. 물론 얘네들이 왜 잘 싸우는지는 영화에서 나름 설명이 되니까 납득할 수는 있어요.
류준열 같은 경우는 초반에 약합니다. 그럼에도 영화 중간에 무슨 힘을 키우기 위해 수행을 한다거나 이런 과정이 묘사되지 않습니다. 물론 시련을 겪는 과정이 있어. 근데 명분이 너무 약해.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성장해서 힘이 강해지고, 그래서 결국 다 이겨. 이런 패턴. 납득이 안 가는 거죠. 그리고 개그 캐릭터가 마지막에는 마치 해탈한 듯 꼭 진지해지는 패턴 역시 많이 식상했습니다.

어쨌든 개인적인 아쉬움입니다. 저는 기대한 것에 비해 너무 실망했는데 같이 본 사람은 너무 재밌다고 박수를 짝짝짝 치는 그야말로 호불호가 아주 명확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국산 SF 영화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도전을 한 것 자체가 대단하고,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만큼 cg 퀄리티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우리가 영화배우만큼이나 영화감독에게 거는 기대감이 있잖아요.
근데 외계인만큼은 최동훈 감독만의 매력을 느끼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SF 영화 정도로 보시면 되겠네요. 약간 넷플릭스에서 만든 영화 같은 느낌이 물씬 납니다.
1부를 보고 2부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2부에서 어떻게 수습할지가 은근히 기대가 되긴 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1부에서 슬쩍 보여줬던 류준열과 김태리의 매력을 2부에서는 한껏 발산하지 않을까란 근거 없는 기대감도 가져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더욱더 매력적인 빌런이 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결론은 기대를 하지 않고 보면 꽤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 올여름 최고의 기대작인 외계인이 개봉했으니까 얼른 영화관에 가서 직접 확인하시면 더욱더 좋을 거 같습니다.
그럼 오늘도 영상 시청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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