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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치 있는 분위기에 취하고, 향긋한 위스키에 취하다 - 위례 몰트바 더플랫폼

리형섭 2023. 12. 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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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리형섭입니다.

 

낭만적인 12월, 이제 2023년도 딱 한 달 남았습니다. 새해 이루고자 했던 소망들 단 한 개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내년에는 더욱더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항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 제 친구들은 고속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잘나가는 친구들을 위해 축하도 할 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저도 위로를 받을 겸, 조금 이른 송년회를 맞이하였습니다.

 

친구가 위례에서 일하고 있기에 지하철을 타고 장장 두 시간에 걸쳐 위례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사실 저희 친구들 언제나 겸손하고 언제나 소박하기 때문에 만나면 삼겹살에 소주 아니면 치킨에 맥주입니다. 조금 욕심내면 회에 소주 한잔 정도.

 

근데 오늘은 모처럼 만에 먼 동네까지 왔으니 색다른 곳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곳은 위례 어느 곳에 있는 몰트바 더 플랫폼입니다. 전 세계 다양한 위스키를 맛볼 수 있는 곳인데요. 사실 친구가 이곳에 가자고 했을 때 속으로 '이놈이 안본 사이에 허세가 잔뜩 들었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미리 말씀드리지만, 위스키를 한 번도 접하지 않았던 제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이곳에 방문하기 전에 위스키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은 '양도 적으면서 가격은 엄청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품고 있었는데요. 제 생각보다 가격이 상당히 합리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단순히 술을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 아니라 위스키의 향과 맛을 음미하면서 즐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아주 황홀한 경험이었습니다.

 

여기서 위스키 맛 들여서 집에 가는 길에 위스키 검색을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무엇보다도 가게 인테리어가 상당히 감성 있습니다. 위스키를 떠나서 외관만 보면 나도 모르게 발길이 이끌릴만큼 외관이 아주 수려합니다.

 

그리고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았는데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까 손잡이로 문을 여는 게 아니고 반대쪽을 밀면 문이 열립니다.

 

입구에서 장난치나 생각해서 사장님께 여쭤보니까 이 문에도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바로 옛날 미국 금주법 시절에 바에 들어오기 힘들 게 만들어서 아는 사람만 입장할 수 있게 만든 문이라고 하네요.

 

단순히 위스키만 마시는 게 아니라 위스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아주 재미있지요.

 

바에 들어가자 눈앞에 펼쳐진 위스키의 향연. 저는 위스키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인데, 뒤에 장식된 가지각색의 위스키를 보고 눈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저 중에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비싼 것도 있다는 말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자리는 바(Bar)로 된 자리도 있고, 테이블 자리도 있습니다. 눈앞에 장식된 위스키를 구경하면서 천천히 음미하고 싶고, 사장님과 위스키 이야기를 맘껏 나누고 싶으시다면 바(Bar) 자리가 괜찮지 않나란 생각을 해봅니다.

 

저희들은 위스키를 잘 몰라서 바에 앉아서 사장님께 추천을 받고 설명을 들으면서 위스키를 음미하였습니다.

 

바 맞은편에는 테이블 자리가 있습니다. 테이블 간의 간격이 넓어서 편안하게 대화하면서 위스키를 마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분위기 좋은 곳에 여자친구를 데려와야 했는데... 여자친구에게 말할 수 없는 미안함이 들었지만 친구들이랑 오니 오히려 좋아... ㅠ_ㅠ.

 

내부가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닌데 유리벽이 있어서 되게 넓은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적당히 어두우면서 은은한 불빛 아래 위스키 한잔 홀짝이면 위스키에 취하기 전에 분위기에 이미 취해버려.

 

가로등 불빛 인테리어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바 안에 감미로운 음악이 계속 흐르는데요. 평소보다 음악이 왜 이리 달달하지, 위스키 한잔 먹었다고 음악도 달달하게 들리나 싶었는데 스피커가... 와... 이걸 여기서 보네...

 

참고로 사장님께 신청곡 요청하시면 틀어주시기도 하니까 매장 간 김에 엄청 좋은 스피커로 음악 감상도 꼭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다시 바 자리로 돌아오면 이곳도 역시 맞은편에 유리벽이 있어서 테이블과는 또 다른 분위기 속에서 위스키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마치 끝없이 펼쳐진 어두운 터널을 달리는 기차 안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 의자에 앉는 순간 분위기에 이미 취한 거야.

 

자 이제 은은한 등불 아래서 향긋한 위스키의 매력에 흠뻑 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친절한 사장님의 에스코트를 받아 자리에 앉아 위스키를 둘러봅니다... 위스키가 상당히 많은데요.

 

요리보고...

 

조리 봐도 도대체 어떤 위스키를 마셔야 하는가, 마치 길 잃은 어린 양처럼 어쩔 줄 몰랐습니다.

 

메뉴판을 받아도 뭐가 뭔지 몰라 당황했는데요. 저처럼 위스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분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장님이 굉장히 친절하시기 때문에 취향을 말씀해 주시면 입맛에 맞게 정확히 추천해 줍니다.

 

일단 물 한잔 마셔 목을 적시겠습니다.

 

주문한 위스키를 기다리며 바에 놓인 위스키 구경을 해봅니다. 병이 상당히 멋있네요.

 

처음에는 똑같은 위스키인 줄 알았는데 라벨 색상에 따라 맛이 다르다고 하네요. 신기합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게 귀엽게 놓인 위스키.

 

위스키를 들고 있는 황금 고릴라.

 

사장님 추천에 따라 첫 잔은 와일드 터키 13년! 제가 서두에 너무 좋은 경험이라고 말씀드린 이유가 단순히 술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술의 맛과 향 그리고 어떻게 하면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가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히 위스키 계의 팅커벨.

 

제가 위스키를 처음 먹어본 느낌은 '생각보다 독하지 않다. 생각보다 향이 상당히 좋다. 생각보다 맛있다.'였습니다. 도수가 높아서 알콜 냄새가 진하면 어쩌지 했는데 알콜 냄새는커녕 위스키가 머금고 있는 향이 기분 좋게 입안에 퍼질 때 그 황홀함.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친구들이 마신 러셀 싱글 배럴 버번과 라이. 사장님이 옥수수 어쩌고 하면서 설명을 친절히 잘 해주셨는데 제가 취해서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어쨌든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두 번째 마신 위스키는 암룻 퓨전. 메뉴판을 보다가 인도 위스키를 발견하고 궁금해서 먹어봤습니다. 근데 진짜 위스키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게 위스키마다 매력이 너무 달라요. 그리고 참 맛있어.

 

암룻 퓨전은 제가 한입 먹자마자 제 입맛에 너무 딱 맞아서 아직도 입안에 겉도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마치 인도 향신료가 입안에서 넘어 코끝까지 확 퍼지는 느낌. 근데 그 느낌은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제가 나중에 또 방문하게 된다면 무조건 이건 마실 거 같아요.

 

그리고 친구가 두 번째 잔으로 선택한 시바스 리갈 18년. 위스키는 몰라도 시바스 리갈은 알만큼 상당히 유명한 위스키인데요. 유명세에 비해서 맛이 굉장히 평범해서 놀랐습니다. 잉? 이게 왜 유명하지?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맛.

 

또 다른 친구가 두 번째로 마신 아란 쉐리 캐스크. 이건 제가 한입 뺏어 마셔봤는데... 일단 마시기 전에 특유의 향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냄새만 몇 번을 맡았는지 몰라요.

 

또 도수가 높은 것에 비해서 맛이 또 세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다 마시고 나서도 입안에서 계속해서 맛이 남아 있는 여운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참 맛있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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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한두 잔 마시면서 위스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장식장에 놓인 위스키들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나둘 여쭈어보니 위스키 정보를 술술 설명해 주십니다. 가히 인간 위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단합니다.

 

개중에는 입이 떡 벌어지는 비싼 위스키도 있더라구요. 근데 이렇게 다시 봐도 위스키 병이 진짜 멋있긴 하네요.

 

그리고 루이비통에 고이 모셔진 샴페인. 키야...

 

위스키에 곁들여 먹을 음식으로 브리 치즈 구이 추천받았습니다. 사진으로도 맛있어 보이시나요? 실제로 먹을 때도 맛있었습니다. 사진만 봐도 침 고입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마신 카발란 쉐리 캐스크. 메뉴판에 타이완 위스키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제가 또 타이완과의 인연이 있기에 한번 시켜보았습니다.

 

사실 타이완 하면 고량주, 고량주 하면 타이완인데요. 의외로 위스키 맛이 좋다고 하네요. 근데 실제로 마셨을 때도 맛이 아주 좋았습니다. 향도 너무 좋았어요. 역시 타이완 남바완...

 

친구가 고른 라가불린 16년. 술을 그렇게 좋아하는 조니뎁이 술을 끊었을 때 라가불린 한 잔을 주문해 향만 즐겼다던 그 유명한 라가불린 16년!!!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저 역시 조니뎁처럼 향만 즐겨봤습니다.

 

향이 누가 훈제 베이컨 굽고 있나 싶을 정도로 코 깊숙이 확 찌릅니다. 왜 조니뎁이 냄새만 맡았는지 알겠다. 낭만있다...

 

맛 역시 훈제 향이 입안에서 확~ 퍼질 때 어느샌가 느껴지는 달달함. 키야~ 또 뺏어 먹고 싶당.

 

친구는 라가불린 12년도 한잔했습니다.

 

또 다른 친구가 시킨 야마자키 위스키. 과일향이 인상적.

 

친구가 시킨 글렌파글라스 15년. 친구는 달달하니 맛있다네요.

 

친구들이 마신 맥켈란 12년과 18년. 진짜 향이 어쩜 그리 좋은지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술기운이 올라와서 맛은 볼 수 없었으나 향만으로도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친구들은 맛 역시 상당히 만족한 걸로 보아 나중에 또 먹을 거 같습니다.

 

여기까지 위례에 있는 운치 있는 몰트바 더플랫폼 이야기였습니다. 위스키에 대해 전혀 관심 없었는데 이날 이후로 위스키 매력에 흠뻑 빠졌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술을 무작정 마신 게 아니라 음미하면서 기분 좋게 취할 수 있었다는 점. 게다가 마치 미슐랭 맛집에 온 듯 위스키 한 잔을 두고 서로의 감상평을 나눴던 아주 황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중에 계산할 때 보니까 고기에 소주 먹는 거랑 위스키 마신 거랑 큰 차이가 없더라구요. 물론 적지 않은 돈이지만 아주 깔끔하게 술 한잔하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가니 이보다 완벽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처럼 위스키를 전혀 몰라도 친절한 설명 아래 아주 잘 즐길 수 있으니 모두 위스키 도전해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아~ 위례로 이사 가고 싶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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