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리형섭입니다.
조선을 넘어 중국 대륙에도 일본 제국주의의 야욕이 엄습하던 1909년 10월 26일. 우리 민족의 원수, 이토 히로부미가 기차를 타고 하얼빈역에 내립니다.
그때 조선의 한 청년이 주머니에서 권총을 뽑아 이토의 가슴팍에 총알을 꽂아 이토를 사살하는데 성공합니다. 누구도 해낼 거라고 상상할 수 없었던 거사를 성공한 이는 당시 31살의 안중근 의사였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를 사살하는 그 순간은 가히 5천 년 한민족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그야말로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워준 위인 중 한 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거사 조차 아쉽게도 그날의 기억은 해가 지날수록 희미해지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가고 있습니다.
제가 나고 자란 경기도 부천에는 안중근 공원이 있는데요. 사실 안중근 공원으로 유명한 곳은 서울의 남산입니다. 부천에 사는 저조차도 '안중근 의사와 부천이 무슨 관계가 있어 이곳에 안중근 공원이 생겼을까?' 이곳을 지날 때마다 항상 궁금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합니다. 이는 조선뿐만 아니라 중국을 넘어 전 세계에 크나큰 충격이었는데요. 특히 중국은 이 거사가 꽤나 인상적이었는지 지금도 하얼빈역에 가면 안중근 의사가 이토를 향해 총을 쐈던 자리를 표시해두고 있습니다.
2006년 '안중근 의사 동상 건립위원회'에서 안중근 의사 동상을 제작하여 하얼빈시에 기증합니다. 그리고 2009년 안중근 의사 거사 100주년을 기념하여 하얼빈시의 자매도시인 경기도 부천에 안중근 의사의 동상을 다시 기증하게 됩니다.
그래서 부천에서는 이곳을 안중근 공원으로 조성하게 되구요. 이곳에 오시면 안중근 의사의 동상뿐만 아니라, 인간 안중근이 걸어온 발자취와 그가 살아생전 남긴 명언들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 소녀상까지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가까우시다면 이곳에 꼭 들러 한번 보시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를 사살하고 일본에 의해 사형을 당한 지도 어느덧 100년이 넘었습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언제나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 가슴에 존경하는 위인으로 기억되고 있는데요.
2022년 12월 23일,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영화와 뮤지컬이 개봉하였습니다. 사실 그동안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영화는 몇 있었지만, 너무 고전이거나 혹은 작품성이 너무 떨어지거나. 그래서인지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영웅 역시 기대가 되면서도 불안함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뮤지컬 영웅은 2009년 이후로 엄청난 흥행에 성공하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뮤지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는데요. 오늘 제가 뮤지컬 영웅을 보고 왔습니다. 예매는 이미 한 달 전에 했는데요. 정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작품이라 너무나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 가는 여정부터 이토를 사살하고 재판을 받아 사형을 집행하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뿐만 아니라 조선의 독립을 위해 한 몸 바친 많은 영웅들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영웅 뮤지컬은 2022.12.21. (수)~2023.02.28. (화)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진행합니다. 관심 있으시면 네이버에서 뮤지컬 영웅을 검색하세요!
LG아트센터 서울은 마곡나루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공항철도를 타고 오시면 빠르게 오실 수 있어요. 이날 서울이 굉장히 추웠는데요. 다행히도 지하철역에서 LG아트센터 가는 연결통로가 있어서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따뜻하게 갈 수 있었습니다.
올해 10월에 개관해서 당연하게도 굉장히 깔끔합니다. 게다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건물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어요.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는 길에 천장을 보니 이렇게 꽃 조형물이 매달려 있는데요.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올라가면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디자인했다고 하니 밖으로 나가 매섭게 부는 찬 바람을 맞아 가며 건물을 구경해 봅니다. 건물 자체가 굉장히 크긴 크네요.
특이하게 생긴 공간이 있어서 이렇게 사진도 한번 찍어 봤습니다. ㅎ_ㅎ..
이제 본격적으로 뮤지컬 영웅을 한번 느껴봐야겠죠. 공연 1시간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복도는 인산인해를 이룰 만큼 관객들이 많았습니다.
영웅 속 안중근 의사의 대사가 새겨져 있는데요.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사실 중 하나가 바로 안중근 의사는 당시 군인이었습니다.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중장으로서 이토를 사살한 겁니다. 엄연히 국제법에 따라 전쟁 포로로 대우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안중근 의사를 형사범으로 처리하여 사형까지 선고합니다.
로비 가운데로 가시면 오늘 뮤지컬 영웅을 멋지게 꾸며질 배우분들의 사진과 이름을 볼 수 있는데요. 다들 노래를 어쩜 그리 잘하는지 공연 내내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뮤지컬보다 영화 보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그런 저를 뮤지컬 영웅에 이끈 건 바로 안중근 의사 역할을 맡은 정성화 배우 때문이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정상화 배우가 영웅 노래 부르는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직접 가서 꼭 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절로 들 정도입니다. 설령 뮤지컬을 보지 못한다면 유튜브에서 정성화 배우 라이브를 들으며 아쉬운 마음 달래보세요.
물론 정성화 배우뿐만 아니라 양준모, 민우혁 배우 역시 너무나도 훌륭하게 안중근 의사를 보여줍니다. 어느 공연을 봐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괜히 보기만 해도 마음이 찡한 낡은 태극기가 여러 장 걸려 있는데요. 뮤지컬 보러 가시기 전에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서 최대한 감정을 끌어올리세요. 마음 한구석 숨겨왔던 애국심도 태극기 앞에서 사진 찍으면서 마구 끌어올려 보세요!
사실 우리가 살면서 태극기 앞에서 사진 찍을 일이 없잖아요. 근데 태극기랑 사진을 찍으니까 저도 모르게 엄숙한 표정을 짓게 되더라구요. 꼭 사진 찍으시길!
그리고 안중근 의사가 거사 이후 뤼순 감옥에 수감되었을 당시 사용했던 의자와 탁자도 준비되어 있는데요. 단순히 의자에 앉는 것만으로도 괜스레 경건한 마음을 갖게 되는 곳입니다.
당시 안중근 의사가 썼던 책들도 이렇게 재현이 되어있습니다. 이곳 역시 꼭 놓치지 말고 사진 남기시길 바라겠습니다.
뮤지컬 하면 역시 굿즈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뮤지컬 영웅의 굿즈는 영웅 10주년 OST, 프로그램북, 각종 마그넷, 머그컵, 에코백 그리고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소설 등등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는 역시 뮤지컬의 감동을 언제든지 다시 느끼기 위해 영웅 10주년 OST를 구입했습니다. 가격이 33,000원이라 비싼 거 아닌가 오해했는데요. 구성품을 보니 그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영웅 10주년을 기념하여 발매한 OST! 영웅이 2009년 처음 공개되었으니 2019년에 나온 것이겠네요.
포장부터 감성을 자극합니다. 마치 내가 독립군이 되어 일본 경찰을 피해 동지로부터 몰래 건네받은 듯한 느낌 너무 좋습니다.
뒷면에는 '대한국인 안중근' 글자가 새겨져 있네요. 마치 안중근 의사께 받은 듯한 느낌!
무려 2장의 시디가 들어 있습니다. 1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OST답게 전곡에 가까운 29곡을 수록했고, 출연 중인 많은 배우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아주 의미 있는 OST입니다. 특히 안중근 의사의 얼굴이 프린트되어 있는 CD 디자인 너무나도 멋지네요.
CD뿐만 아니라 가사집도 있는데요. 노랫말이 잘 들리지 않았거나 같이 따라 부르고 싶다면 가사집에서 가사를 보시면 되겠네요. 이것 역시 너무 맘에 듭니다.
아직 입장 시간이 되지 않아 팜플렛을 한 장 가져와 구경해 봅니다. 팜플렛도 너무 이쁘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꼭 챙기세요.
2009년 시작된 뮤지컬 영웅이 무려 3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어느덧 아홉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뮤지컬 영웅인데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볼 수 있을 때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팜플렛에는 뮤지컬 영웅의 내용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고, 각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의 사진과 이름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정성화 배우 때문에 왔는데요. 실제로 뮤지컬을 관람하니 배우분들 모두 노래를 너무 잘하셔서 그야말로 흠뻑 빠져버렸습니다. 특히 설희 역의 정재은 배우는 가히 독보적이에요.
그럼 이제 티켓을 뽑고 들어갈 준비를 해봅시다. 티켓은 키오스크로 간편하고 빠르게 뽑을 수 있어요.
입장하기 전에 벽에 크게 새겨진 '영웅' 글자와 사진 한 컷. 두근두근 대는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입장합니당!!
이건 여담인데요.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빈자리가 얼마나 있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있는데,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려갈 때는 계단으로 내려가야 해요. 왜일까요?!!
어쨌든 제가 예매한 자리는 S석 2층 6열인데요. 2층이라 잘 보이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무대가 잘 보였습니다. 노래 역시 잘 들리구요.
물론 무대가 시작되면 배우분들의 표정을 자세히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배우분들의 표정을 생생히 보시고 싶다면 미리 망원경을 챙겨가시는 게 좋겠죠?!
의자에 앉자마자 2층에 있는 안전 펜스가 시야를 가려 꽤나 거슬렸는데요. 이 안전 펜스는 무대가 시작되면 자동으로 접힙니다. 그래서 시야 방해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안심하세요!
의자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의자 자체는 꽤 푹신하니 편합니다. 오래 앉아 있어도 엉덩이가 아픈 의자는 전혀 아니구요.
다만 자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만큼 옆 사람과의 간격이 넓지 않아 조금 불편한 것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리 공간이 너무 좁아서 중간중간 다리를 조금이라도 펼 수 없으니 무릎이 너무나도 아팠습니다. 후반에는 너무 힘들어서 무대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무릎이 좋지 않으시다면 꼭 인터미션 시간에 앉아 계시지 말고 일어서서 스트레칭 많이 하세요. 제가 느끼기엔 저가 항공 비행기 한 3시간 탄 느낌이었어요.
역시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바로 뮤지컬 영웅 과연 재미있었는가? 볼만한 작품인가? 아니겠습니까.
제가 뮤지컬을 많이 본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유명한 뮤지컬은 꽤 봤는데요. 흔히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같은 유명한 뮤지컬과 견주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공연이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노래는 의심할 여지가 없이 한곡 한곡 너무나도 좋았구요. 배우분들의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력 역시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제가 눈물을 거의 흘리지 않는 정말 차가운 사람인데요. 저조차도 노래를 들으면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아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보기 전에는 내용이 한없이 엄숙하고 무거울 거 같았는데 엄숙한 부분과 재미있는 부분이 뒤섞여서 울다가 웃다가 또다시 울게 되는 뮤지컬입니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조명 효과랑 무대 배경이 정말 멋있어요. 조명 같은 경우는 일본 경찰이 등장하면 온 무대가 빨갛게 변하고, 우리나라 독립군이 나오면 파랗게 변하는데 이걸 너무나도 긴장감 넘치고 멋있게 표현했습니다.
배경 역시 무대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공연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다양한 장소에서 공연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그 효과가 정말 다양합니다. 달빛 아래서 노래하는 장면이나 일본 경찰이 독립군을 쫓는 장면 그리고 안중근 의사가 성당에서 노래하는 장면 마지막으로 안중근 의사가 사형장에서 노래하는 장면 등등. 모든 장면 하나하나의 배경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영화와 뮤지컬 사이에서 고민하실 거 같은데요. 만약 영화가 맘에 드셨다면 뮤지컬을 꼭 보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영화와 다르게 뮤지컬은 배우들이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감정을 유지한 채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하기 때문에, 배우들의 감정을 객석에 앉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솔직히 뮤지컬을 보고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한없이 낮아졌습니다. 이보다 잘 만들 수 있을까? 저는 영웅은 뮤지컬로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영화든 뮤지컬이든 이걸 보고 우리가 바삐 살며 그동안 잊고 있던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이름을 남기지 못한 채 한 몸 희생한 무명(無名) 순국선열들을 잠시나마 기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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