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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 '산 다미아노 카페' | 수도원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

리형섭 2024. 1. 21.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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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리형섭입니다.

 

여러분은 서울에서 가장 낭만이 살아 숨 쉬는 동네는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단연 서울의 정동이야말로 낭만이 가득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덕수궁 돌담길 거닐며 사랑을 속삭이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있겠습니까. 정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정동 나들이를 가는데요. 계절 따라 변하는 정동의 모습 정말 아름답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서울에서 정동은 옛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동네인데요. 그만큼 역사 깊은 장소도 많고 꽤나 의미 있는 공간도 많습니다.

 

오늘은 그냥 커피만 마시러 가는 곳이 아니라 아주 성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로 가보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카페는 무려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카페입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경희궁 방향으로 쭉 걸으시면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이 나오는데요. 이 건물에 '산 다미아노 카페'가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은 미사도 드리고, 고해성사도 하고 다양한 가톨릭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입니다. 꼭 가톨릭 신자만 입장할 수 있는 곳은 아니고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문화 공간으로 보시면 되겠지요?

 

들어가는 길 주변에 가톨릭 수도자분들의 동상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식견이 짧아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르겠지만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상당히 이색적인 풍경입니다.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도 있습니다. 사실 정동은 일본과도 연관 있는 동네인데요.

 

이완용을 비롯한 친일파들이 우리나라를 일본에 넘긴 을사늑약이 체결된 장소 역시 이곳 정동입니다. 그리고 정동에 있는 이화여고, 옛날에 우리 유관순 열사가 정동의 이화학당을 다니지 않았습니까.

 

가슴 아픈 역사가 서려 있는 정동. 씁쓸한 마음 씁쓸한 커피 한 잔으로 달래보도록 하겠습니다.

 

작은형제회, 프란치스꼬회. 보통 가톨릭 하면 성당이 많이 떠오르는데요. 수도원은 정확히 어느 공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마치 미지의 세계를 입장하는 기분이 듭니다.

 

이곳이 수도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카페, 산 다미아노 카페입니다. 빨간 벽돌이 상당히 인상적인데요.

 

기나긴 길을 걸어가면 커피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카페라 하여 분위기가 무거울 줄 알았는데 분위기는 일반 카페랑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바닥 역시 빨간 벽돌로 되어 있어서 꽤나 인상적이었어요.

 

메뉴판을 보니 커피를 비롯해 차, 에이드 등등 종류가 꽤나 많네요.

 

텀블러를 들고 오면 천 원 할인! 친환경 정책 좋습니다.

 

내부는 꽤나 넓었습니다. 테이블도 상당히 많아요. 간격도 많이 떨어져 있어 사람들과 부대끼며 앉는 게 아니라 좋네요.

 

이곳이 나름 북 카페입니다. 아주 큰 책장에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는데요.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책도 읽으실 수 있어요.

 

물론 앉아서 수다를 떨어도 됩니다.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하여 커피와 함께 대화도 나누시길.

 

그림 속 인물이 바로 프란치스코 수도회를 창설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인데요. 현재 교황님도 프란치스코 아니겠습니까? 그 정도로 모두에게 존경받는 대단한 성인 중 한 분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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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벽에 걸려 있는 조형물이 참 독특했는데요. 가시가 상당히 많아서 이게 뭘까 궁금했습니다.

 

근데 각도를 조금 달리하여 쳐다보니 예수님의 형상이 나왔습니다. 오...

 

역시 이쪽에도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조형물이 걸려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아주 성스럽습니다.

 

주문한 아메리카노와 카페 라떼가 나왔습니다.

 

아메리카노. 어느 카페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맛입니다. 최소한 맛없는 아메리카노가 아니니 맛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카페 라떼 역시 다른 곳에서도 맛볼 수 있는 우리가 잘 아는 라떼입니다. 커피 맛이 생각보다 평범해서 실망할 수도 있는데요.

 

이곳의 진정한 가치는 가톨릭 분위기가 물씬 나는 장소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겁니다. 가톨릭 신자면 하느님의 은총 아래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저 같은 무신론자면 이색적인 분위기 속에서 커피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교육회관 안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데요. 시간에 따라 미사가 진행 중일 수 있으니 절대 엄숙! 근데 미사가 진행될 때 그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엄숙함과 성스러움, 대단히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정동에 있는 수도원, 프란치스코회가 운영하는 산 다미아노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본 이야기였습니다. 솔직히 커피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서 오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동 근처에는 꽤나 멋들어진 카페가 많은데요. 어차피 아메리카노 마실 거면 가끔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힘든 독특한 카페에서 마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합니다.

 

저도 정동 나들이 가면 커피는 굳이 이곳에 와서 마십니다.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 나도 모르게 이끌리는 거 같아요. 어쩌면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길에 나도 모르게 따라오는 걸지도?!!!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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