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고즈넉한 가을, 스타벅스 대구 종로 고택점 방문기

리형섭 2022. 11. 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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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리형섭입니다.

 

가을이 오면 온 거리가 빨갛고 노랗게 물드는 거리가 우리를 반기지 않습니까. 다리가 아파도 걷고 싶은 계절, 가을이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혹자는 쓸어도 쓸어도 없어지지 않는 거리에 흩날리는 낙엽을 보며 한숨을 쉬기도 하지만, 저는 거리에 겹겹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들릴 때 소소한 행복을 찾은 듯 기분이 참 좋습니다.

 

어쨌든 그게 낙엽이 중요한 게 아니고, 봄에는 벚꽃놀이가 있듯, 가을에는 단풍놀이가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평범한 카페가 아닌 괜스레 고즈넉한 분위기의 한옥 카페에서 의자가 아닌 바닥에 앉아 창밖 너머로 보이는 가을 하늘과 함께 커피 한잔 마시고 싶은 건 왜일까요.

 

그래서 오늘은 화제의 그곳으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가을 분위기에 딱 맞는 카페, 스타벅스 대구 종로 고택점입니다. 사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한옥 카페는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요. 스타벅스와 한옥의 만남은 쉽게 접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카페를 위해 한옥을 새로 짓거나 한옥을 개조한 것이 아닌 실제로 원래 있던 고택을 온전히 보존하며 카페를 재창조했다는 점에서 더욱더 큰 의미가 있는 거 같습니다.

 

정식 명칭이 스타벅스 대구 종로 고택점인데요. 종로라는 이름만 보고는 서울 종로에 있는 걸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만, 엄연히 대구에도 종로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 한옥은 새로 지은 게 아니라 지은지 무려 100년이 지난 한옥에 스타벅스가 입점을 한 건데요. 사실 이 골목은 대구 골목투어 코스로서 대구에 놀러 온 관광객들이 자주 들리는 장소 중 하나였습니다.

 

근처에 대구 최대 번화가 동성로가 있어서 접근성도 꽤 좋은 편인데요. 그만큼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가뜩이나 스타벅스는 사람이 많은데 한옥으로 되어 있으니 사람이 더 몰리는 경향이 있는 거 같습니다.

 

평일 오후에 방문했음에도 내부에는 커피를 즐기는 손님들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심지어 웨이팅을 10분 정도 했습니다. 웨이팅 고객을 위한 대기 줄이나 자리는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스타벅스 직원분의 안내도 없습니다. 그냥 마당이나 내부에서 다른 손님이 자리를 뜨길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자칫하면 나보다 뒤늦게 온 손님이 더 먼저 앉을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좀 짜증 날 듯?!

 

어쨌든 방문하기 전에는 맑디 맑은 가을 하늘과 샛노랗게 물든 낙엽 아래서 한가로이 커피 한잔 마셔보자는 마음으로 방문했는데, 여기저기 꽉 차있는 손님들을 보니 그런 분위기는 딱히 느낄 수 없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옥에서 커피를 마시는 건 분명히 색다른 경험이긴 합니다.

 

밖에 마련된 자리는 테이블석도 있고 벤치로 마련된 좌석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날씨가 따뜻할 때는 밖에서 먹어도 좋을 거 같아요. 다만 테이블석이 아닌 벤치에서 커피를 마신다면 조금 불편해서 음료를 빨리 먹고 나가고 싶을 거 같았어요.

 

그래도 나름 마당에 테이블석이 적당히 마련되어 있어서 가을 분위기에 취하며 커피 한잔할 수 있어요. 테이블석에 앉지 못했다 해도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한옥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안방입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날이 좋은 날에는 한옥의 창을 열어두기 때문에 안방에 앉아 마당을 바라보며 커피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마치 선비 놀이를 하듯 말이죠.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도심에 한옥이 덩그러니 있다 보니 주변에 보이는 빌딩이 상당히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게 바로 도시 라이프 아니겠습니까! ㅎ_ㅎ.

 

한옥의 마당 부지가 꽤나 넓은데요. 만약 마당 전체에 테이블을 놓았다면 정말 정신이 없는 그저 그런 한옥 카페에 불과했을 겁니다. 그러나 테이블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며 마당을 거닐 수도 있는 공간이 있어요.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고 얼마나 좋습니까!

 

반면 스타벅스 대구 종로 고택점의 진가는 내부에서 드러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내부가 상당히 아름답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한옥이 얼마나 남아있습니까. 설령 남아있다 한들 우리나라 사람이 한옥에 들어갈 일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신발을 벗고 한옥 마루에 발을 디딜 때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나무 바닥. 그리고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끼익 끼익 소리는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의 만족감 역시 크게 높여줍니다.

 

한옥 내부의 테이블 역시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 아닌 가운데 장식을 기준으로 양옆으로 하나하나 있습니다. 좌석이 앞뒤로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프라이버시를 지키며 담소를 나눌 수 있습니다.

 

게다가 높은 천장과 한옥의 구조를 구경하는 재미 역시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기보다 한옥을 구경하는 데 시간을 더 소비했어요. 그만큼 한옥은 우리에게 꽤나 생소한 가옥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의자에 앉는 게 아닌 바닥에 앉는 좌식이다 보니 오래 앉아 있으면 무릎이 너무 아파요. 저는 무릎이 좋지 않아서 좌식이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나무 바닥에 눕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간절했어요.

 

개인적으로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타벅스 대구 종로 고택점에서만 마실 수 있는 스페셜 음료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메뉴는 여느 스타벅스에서도 주문할 수 있는 음료와 디저트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제주도처럼 종로 고택점 스페셜 메뉴가 있었으면 더욱더 메리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쨌든 한옥 카페라는 이름만 달고 음료만 비싸게 파는 곳과 다르게 이곳은 100년이 넘은 한옥을 카페로 재창조하였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한 한옥 카페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옥을 둘러보면 창문이나 놓여 있는 가구가 정말 한국적이다는 말로 절로 나올 정도로 아주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하나는 바로 유명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과 콜라보한 스타벅스 매장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매장 곳곳에 뱅앤올룹슨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는데요.

 

문제는 뱅앤올룹슨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내부가 시끄럽습니다. 그야 손님들로 북적북적하니 음악 소리보다 대화 소리가 더 큰 건 당연하겠지요?! 어쨌든 내부가 조용할 때는 뱅앤올룹슨의 스피커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만 아시면 됩니다. ㅎ_ㅎ.

 

여기까지 스타벅스 대구 종로 고택점에서 커피 한잔 마신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부푼 기대감을 갖고 방문한 곳인데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이곳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생각한 만큼 한옥의 고풍스러움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는데요. 아쉽게도 한옥에서 보이는 풍경은 꽤나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냥 밖을 쳐다보지 마시고, 한옥을 최대한 즐기시고 느끼시길 바라겠습니다.

 

평일에도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주말에는 더 미어터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곧 추위가 찾아올 텐데 그때는 마당 테이블석에 앉기도 어려우니 자리 경쟁이 더욱더 치열하지 않을까... 차라리 동성로에 있는 스벅에 갈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년이 넘는 오리지널 한옥과 스타벅스의 만남은 결코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그러니 만약 대구 동성로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저는 한 번쯤 가볼 만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서울이나 수도권에 사는데 굳이 이거 하나 때문에 대구에 방문하는 것은 결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인사동이나 북촌에도 나쁘지 않은 한옥 찻집 꽤 있으니까 말이죵!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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