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지하철 즉석사진기로 여권 만들기 대작전! (제발 그냥 사진관 가세요!)

리형섭 2023. 9. 18. 23:50
반응형

https://youtu.be/7qIoub24auk


안녕하세요. 리형섭입니다.

 

얼마 전에 10년짜리 여권이 만료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잘 써먹은 여권이 만료가 되니 기분이 싱숭생숭하더군요. 언제 10년이 흘렀나 아찔한 기분이 들기도 했구요.

 

근데 오랜만에 여권 신청하려니 참 귀찮습니다. 사진관에 가서 여권 사진도 새로 찍어야 되고, 여권 신청하러 시청에도 가야 되고... 그러나! 여권이 없으면 해외로 떠날 수 없으니 귀찮아도 신청해야죠!

 

그런데 말입니다?! 항상 지하철 탈 때마다 보이는 즉석사진기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정말 즉석사진기로 사진을 찍어도 여권 신청이 가능할까?

 

그래서 제가 찍어보았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립니다. 지하철 즉석사진기로 찍은 사진은 여권 신청이 어렵습니다. 그냥 사진관 가서 시간 아끼세요!

 

여권 사진뿐만 아니라 비자, 증명사진을 단돈 만 원에 찍을 수 있네요. 10초 만에 나온다는 문구가 참으로 매력적인데요. 샘플 사진 퀄리티로만 나오기만 한다면 메리트가 있을 거 같네요.

 

내부를 보시면 아담한 의자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저기에 앉으셔서 사진 찍으시면 됩니다.

 

아니 근데 사진을 찍기 전에 옷매무새도 다듬고 머리도 한번 만져주고 해야 되는데 거울이 없습니다. 밖에 거울이 있긴 한데 그마저도 제대로 된 거울이 아닙니다. 근본이 없죠?

 

벽 한켠에는 여권 사진 규격 안내문이 붙어 있는데요. 여권 사진 규정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 빡빡합니다. 여권 신청할 때 그냥 해달라고 억지 부려도 공무원들은 해줄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제대로 된 사진을 준비하는 게 서로 편하겠죠?

 

사진을 찍기 위해 앞에 있는 화면을 눌러봅니다. 아주 친절하게 한국어 외에도 영어, 중국어를 지원합니다. 외국인분들 이걸로 찍지 마세요! ㅠ_ㅠ. Don't use this machine! 不要用這個機器。

 

증명사진, 배경사진 둘 중에 하나 고르라고 하네요. 배경사진은 당최 뭐죠? 저런 근본 없는 사진에 5천 원을 받는다니 근본 좀....

 

필요한 사진을 누르시고 찍으시면 되는데요. 보통 여권 사진을 찍으시겠죠? 사실 여권 사진뿐만 아니라 어떤 사진이던 지하철 즉석사진기로 찍으시면 안 됩니다. 낭패봅니다. 낭패!

 

원하는 사진을 누르셨다면 선불입니다. 현금 결제는 따로 지원하지 않으니 카드를 챙겨가십시오.

 

결제가 완료되었으면 촬영 준비를 하라는 메시지가 나옵니다. 의자 높이도 조절하고 허리도 곧게 펴서 잘 찍어봅시다.

 

촬영을 시작한다고 정면에 있는 거울을 보라고 하는데요.

 

거울 같지도 않은 거울을 가져다 놓고 보라니요?! 조금 당황했습니다. 그래도 검은 거울에 얼굴을 잘 맞춰서 찍어보도록 하세요.

 

첫 번째 사진을 찍고 맘에 들지 않는다면 한 번 더 촬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진 찍을 수 있는 기회는 딱 두 번뿐입니다.

 

사진을 두 번 찍으셨다면 둘 중 잘 나왔다고 생각되는 사진을 고르실 수 있습니다. 참... 분명 제 얼굴이 맞는데 너무 적나라하게 나오니까 당황스럽네요.

 

지하철 즉석사진기 사진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제 얼굴하고 똑같이 나왔습니다. 못생긴 얼굴 못생기게 나왔다고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데요. 색상이 너무 흐립니다. 특히 배경색을 보시면 흰색이 아니라 마치 필터를 입힌 것처럼 노란빛이 도는데요. 여권 사진은 배경색이 무조건 하얀색이어야 합니다.

 

구청에 여권 신청하러 왔는데요. 직감적으로 이 사진으로는 여권 신청이 되지 않을 거 같아서 사진을 가위로 자르지 않았습니다. 혹시 긴가민가하시다면 사진 절대 자르지 마세요. 나중에 사진 환불받을 때 문제 생길 수 있습니다.

 

반응형

 

하필이면 여름 휴가철이 코앞으로 다가온 탓에 여권 접수만 30분 기다린 거 같네요. 이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사진 때문에 신청이 안된다고 하면 진짜 억울하거덩요 ㅠ_ㅠ

 

제 차례가 되어 공무원분에게 사진과 신청서를 건네니 대뜸 '지하철에서 찍었냐'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당당하게 '넹'이라고 대답했지요!

 

그러자 직원분은 지하철에서 찍은 사진은 품질이 좋지 않아서 여권 사진으로 쓸 수 없다는 말씀을 조심스레 건네셨습니다.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여권 사진의 배경색은 무조건 하얀색이어야 합니다. 근데 지하철 즉석사진기는 배경색이 스펀지밥처럼 노래요.

 

다행히도 저는 마음의 준비를 했기 때문에 혹시 구청에 사진 찍을 수 있는 곳이 있냐 물었고 다행히 구청 편의점에 즉석사진기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엥? 이미 지하철 즉석사진기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편의점 즉석사진기도 불안했지만 다행히도 편의점에 있는 즉석사진기는 조명도 있고 아주 제대로 나왔습니다.

 

위에 있는 사진은 지하철 즉석사진기로 찍었고, 아래 사진은 구청 편의점에 있는 즉석사진기로 찍었는데요. 같은 즉석사진기라도 조명이 있냐 없냐 차이가 이렇게 클 줄 몰랐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지하철 즉석사진기는 품질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서 사진 품질이 흐리게 나오고 특히 배경색이 노랗게 나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냥 사진관에 가서 여권 사진 찍었으면 만 오천 원 정도면 됐을 텐데요. 괜히 즉석사진기로 한다고 난리 쳐서 지하철 즉석사진기로 만 원, 편의점 즉석사진기로 만 원, 총 이만 원을 썼습니다. 억울해! 이대로는 참을 수 없어서 일단 다시 지하철 즉석사진기로 가봅니다.

 

이 사태에 대해 항의를 하기 위해 지하철 즉석사진기 안에 있는 고객센터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상황 설명을 합니다.

 

근데 전화를 받으신 분은 마치 이 상황을 여러 번 겪은 듯 차분하게 환불하는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오잉?! 이미 사진을 찍었는데 환불이 된다굽쇼?! 지하철 즉석사진기는 쿨하게 해줍니다. 단! 사진 훼손이 없어야겠죠?

 

아까 앉은 의자 아래쪽에 보시면 반품사진반환구라고 적힌 통이 있습니다. 사진 찍을 때만 해도 이런 게 있을 거라 생각도 못 했는데 말이죠.

 

여기에 아까 찍은 사진을 넣으시면 됩니다. 사진을 넣고 다시 고객센터에 전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집에 가시면 됩니다.

 

몇 분 뒤에 코레일로부터 만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쿨하게 환불해 주네요.

 

여권 사진 하나 찍는다고 왔다 갔다 너무 힘들었는데요. 다행히 여권 신청을 무사히 마쳤고, 환불도 받았으니 화는 안 났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코레일에서 지하철 즉석사진기 관리만 제대로 해준다면 충분히 쓸만할 거 같은데 말이죠. 워낙 바쁘시니까 그 정도 여력은 없으신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저처럼 지하철 즉석사진기로 여권 사진 또는 증명사진을 찍으시려는 분들! 그냥 가까운 사진관 가시는 게 마음도 편하고 시간도 아끼는 길입니다.

 

지하철 즉석사진기로 여권 신청 안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바이바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