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함경면옥에서 냉면 먹은 이야기 (역시 랭면은 평양인가...)
안녕하세요. 리형섭입니다.
오늘은 지난 무더운 여름날 먹은 냉면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요. 여름이면 생각나는 이가 덜덜덜 시릴 정도로 차가운 냉면, 모두 좋아하시나요? 저 역시 냉면이라면 아주 그냥 사족을 못쓰는 사람 중 하나인데요.
냉면 매니아들이 항상 갑론을박을 다투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냉면이냐 랭면이냐. 저는 개인적으로 근본있게 랭면이라고 평소에 말하는 편인데요. 이북에서 왔냐는 핀잔을 듣기도 합니다.
그 다음 주제가 바로 평양냉면이 맛있냐, 함흥냉면이 맛있냐! 이걸로 토론하다가 감정 상해서 주먹다짐하고 화해한답시고 냉면 먹으러 가자고 했다가 서로 평양냉면 먹자 함흥냉면 먹자로 또 치고박고 싸우는 사람까지 봤습니다.
저는 사실 엄밀히 말하면 냉면보다는 막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심심한 평양냉면보다는 아무래도 조금 간이 되어 있는 함흥냉면을 좋아하는 편인데요.
이렇게 맛있는 냉면, 이미지는 서민 음식인데 가격은 결코 서민 음식이 아닌 냉면! 무더운 여름 제가 냉면이 너무 먹고 싶어서 부천에 있는 냉면집을 방문해보았습니다. 고깃집에서 만드는 냉면이 아닌 전문 냉면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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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에 오래 살았지만 냉면 하나만을 먹기 위해 검색을 해보기는 처음입니다. 그만큼 냉면은 친숙한 음식이긴 한데, 생각보다 자주 먹는 음식은 아니라는 뜻이지요.
부천에도 냉면 전문점이 몇 있었는데요. 그중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왔습니다. 바로 함경면옥! 왕갈비탕과 함흥냉면 전문점이라고 당당히 써놓은 거보니 맛 하나만큼은 자신감이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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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봅니다. 입이 뜨악 벌어집니다. 2022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냉면은 비싼 음식으로 자리 잡은 거 같습니다. 가격을 보니 그냥 순대국이나 먹으러 갈 걸.. 잠시 후회를 하기도 했지만 날이 더우니 마음을 잡아봅니다.
어쨌든 냉면 9,000원, 왕갈비탕 13,000원입니다. 리뷰를 읽어보니 점심특선 갈비탕 8,000원이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로 보이네요. 갈비탕이 8,000원이면 충분히 먹을만 하죠. 근데 냉면이 9,000원?!!! 저는 가볍게 물냉면 하나와 회냉면 하나로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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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손님이 있어서 사진은 찍지 못하였지만, 내부가 꽤 넓습니다. 테이블이 한 20개가 조금 안되는 거 같아요. 넓어서 단체로 와서 먹기도 좋을 거 같네요.
식당이 아주 깔끔합니다. 주방도 나름 오픈키친이라서 슬쩍 내부를 엿볼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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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는 식초와 겨자, 냉면 양념이 놓여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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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음식 주문을 하면 육수와 무생채를 가져다 줍니다. 역시 냉면집에 오면 냉면보다도 많이 먹는다는 게 바로 이 육수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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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어도 육수만큼은 뜨거워야 제맛 아니겠습니까. 이 육수는 어느 냉면 식당에 가도 어쩜 똑같은 맛을 내는지 참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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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물냉면과 회냉면이 나왔습니다. 아따마 냉면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이 확 느껴진다 아입니까.
과연 물냉면 9,000원, 회냉면 10,000원에 걸맞는 양과 맛을 보여줄 지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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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면을 잘라 먹으면 죄인 취급을 하기도 하는데요. 걍 편한대로 드십쇼. 제발... 어쨌든 양은 꽤 많은 편입니다. 맘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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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냉면의 생명은 또 국물 아니겠습니까. 시원하니 맛있는데요. 솔직히 다른 냉면 식당에서도 맛볼 수 있는 느낌. 맛있다 그러나 특별함은 없다. 그래도 시원하니 열이 확 내려가는 게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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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고기도 이렇게 들어가 있습니다. 고기 양은 적어서 아쉽지만 면이랑 먹으면 맛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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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있습니다. 그러나 부천에서 독보적으로 맛있는 물냉면이라고 말씀드리면 거짓말장이라고 혼나겠죠. 집 가까운데 물냉면이 땡긴다면 올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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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회냉면. 이름에 걸맞게 회가 꽤 들어 있습니다. 사진만으로도 군침이 확 도네예. 살짝 매워서 매운 거 못드시면 많이 매울 수도 있어요. 회냉면 역시 물냉면과 같이 면 양은 상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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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물냉면보다는 회냉면을 더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러나 회냉면 역시 다른 냉면 식당에서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맛이 아닐까 싶습니다. 맛있는데 멀리서 찾아올만한 맛은 아니다! 근데 젓가락을 멈출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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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여름이 찾아왔을 때 냉면이 당긴다면 저는 결국 함경면옥에 와서 냉면을 먹을 거 같습니다. 가격이 만만치 않음에도! 맛은 있으나 특별함이 없음에도! 제가 함경면옥을 오는 이유는 집 근처에 이만한 냉면집이 없습니다.
어찌 부천은 냉면으로 유명한 식당이 없는가! 그래도 최소한 맛없는 냉면이 아니라는 게 얼마나 다행입니까. 맛있게는 먹었으니까요.
부천 신중동에서 냉면이 당긴다면 결국 함경면옥이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에는 막국수 먹으러 가야겠어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바이바이.